독일 가톨릭교회가 로마 바티칸과의 갈등 우려에도 불구하고 동성애 결혼 축복과 여성 부제(副祭) 임명 등 내용을 담은 획기적인 개혁 방안을 공식 채택했다.
12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 가톨릭교회의 주교와 사제, 수녀, 평신도 대표 등 200여명이 참여한 개혁 논의 기구인 ‘시노드의 길(Synodal Path)’은 9~11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지막 회의를 열고 15개 개혁안을 투표로 채택했다.
시노드의 길은 독일 천주교주교회의가 2019년 1679명의 사제가 1946~2014년 미성년자 성폭력 범죄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했으며 피해자만 3677명에 달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뒤 독일 천주교회의 전반적 개혁을 위해 구성됐다.
채택된 개혁안에는 동성애 커플 결혼에 대한 축복 의식이 포함됐다. 동성애를 죄악시하는 바티칸의 반대가 예상되지만, 바티칸 승인 없이 교구에서 예식을 집전할 권한을 가진 독일 주교들 대다수가 이를 지지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결정으로 분석된다. 게오르그 바에칭 독일 주교회의 의장은 이에 대해 “매우 좋은 결과”라고 평가했다.
동성애 커플 축복 예식은 이미 독일에서 일부 가톨릭 사제들에 의해 행해지고 있으나 이번 공개적 지지로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AFP는 개혁안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압도적 지지로 가결된 여성 부제 임명이라고 전했다. 부제는 미사 중 사제를 돕고, 세례를 행하며, 결혼을 축복할 수 있다. 하지만 여성 부제 임명 허용에 대한 최종 결정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달려있다. 논란이 많았던 여성 사제 허용은 통과되지 못했다.
바에칭 주교회의 의장은 사제 독신제와 교회 의사결정 구조 등에 대한 논의가 포함된 이번 개혁안이 바티칸과의 긴장과 교회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시노드의 길은 분열로 이어지지도 않고, 국가 교회의 시작도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오히려 독일 교회의 제안이 오는 10월에 교회의 개혁에 대한 토론이 이뤄질 프란치스코 교황의 세계 시노드(Synod)에 통합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번 시노드의 길 공동의장인 이르메 스테터-카프 독일 가톨릭 평신도 중앙협의회 의장은 “더 큰 변화를 원했었다”며 “교회는 현재 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독일 가톨릭 교회는 독일에서 가장 큰 종교로, 2021년 기준 전 국민(8320만 명)의 약 26%(2160만 명)가 가톨릭 신자다. 하지만 과거 성직자들의 ‘아동 성 학대’ 논란과 맞물려 지난 10년간 약 300만 명의 신자가 이탈하면서 가톨릭 교회의 현대화와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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