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김포시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80대 노모와 50대 아들이 숨진 가운데 이들은 다른 가족이 모두 사망한 뒤 사회적으로 고립된 생활을 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13일 경기 김포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김포시 감정동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80대 여성 A 씨와 그의 50대 아들 B 씨는 수년간 단둘이 생활했다.
A 씨의 남편 C 씨는 지난 2018년 세상을 떠났다. 이들 부부가 슬하에 둔 3남 1녀 가운데 B 씨를 제외한 나머지 자녀도 차례로 숨졌다.
이후 A 씨 모자는 C 씨가 숨지면서 남긴 저축금과 A 씨 앞으로 나오는 월 최대 30만원가량의 노령연금으로 5년째 생활해왔다. 이들은 해당 아파트를 자가로 보유하고 있고 C 씨가 남긴 현금 재산도 있어 기초생활수급자 요건에는 해당하지 않았다.
6·25전쟁 참전 용사로 훈장을 받은 C 씨는 국가로부터 연금을 지급받았지만 그가 숨진 뒤에는 이 연금도 끊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1일 오전 8시 16분께 김포시 감정동 한 아파트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35분 만에 진화됐다. A 씨와 B 씨는 집 내부에서 발견됐으나 숨진 상태였다.
A 씨 모자는 고령인 데다 직계 가족들이 모두 숨지며 사실상 사회와 동떨어져 생활했고 쓰레기를 집 안에 고스란히 방치해두는 등 열악한 환경에 놓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소방당국이 화재 진화를 위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아파트 거실과 4개 방에는 쓰레기봉투가 발 디딜 틈 없이 곳곳에 널려 있었다.
경찰은 아들 B 씨가 숨진 채 발견된 방에서 나온 라이터로 인해 최초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구체적인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집에서는 화기를 쓰는 등 음식을 해 먹은 흔적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현장에서 발견된 A 씨는 숨진 지 수일이 지난 것으로 추정됐으나 정확한 사망 시점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담뱃불로 인한 방화인지 실화인지 여부를 계속 조사하고 있다"며 "A씨의 사망 원인은 정밀 부검을 해봐야겠지만 집 상태와 이들의 이전 생활을 고려했을 때 아사 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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