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이상 수족관에 갇혀 스스로 머리를 부딪치며 자해하는 모습이 포착돼 안타까움을 샀던 범고래가 생을 마감했다.
11일(현지시각) 캐나다 CBC에 따르면 온타리오 주 정부는 캐나다에서 마지막으로 잡힌 범고래 키스카가 지난 9일 사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키스카의 정확한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해양공원 측은 성명서를 통해 최근 몇 주 사이에 키스카의 건강이 지속적으로 악화됐다고 밝혔다.
아이슬란드 해역에서 태어난 키스카는 1979년에 포획돼 40년 넘게 해양공원에서 사육됐다.
키스카는 인간에 포획된 뒤 1979년 부터 1992년까지 수천 번의 공연에 동원됐고, 공연이 없는 날에도 작은 수족관에 갇혀 같은 공간을 수백 차례 도는 등의 모습을 보여 안타까움을 자아낸 바 있다.
특히 2021년 키스카가 울부짖으면서 수족관 벽으로 다가가 반복적으로 자신의 몸과 머리를 벽에 부딪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되면서 이를 본 이들의 안타까움은 분노로까지 번졌다.
해양 공원에서 근무했던 필 데머스는 해당 영상을 공개하며 "해양 공원에서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키스카가 벽에 머리를 부딪히는 것을 관찰했다. 이 잔인함은 끝나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후 그는 다른 방향에서 찍힌 17초짜리 영상을 추가로 공개했고, 이 영상에는 키스카의 몸부림이 더욱 자세히 담겼다. 데머스는 "위험한 자해 행위다. 키스카가 곤경에 처해 있다"고 전했다.
이 사건을 처음으로 보도했던 AP통신은 "키스카가 지난 10년 동안 해양공원에서 동료나 가족들 없이 홀로 외롭게 살아야 했던 환경이 이 사건의 주요 원인이었을 것"이라며 "범고래들은 무리를 지어 사는 습성이 있고, 실제로 야생에서는 여러 세대가 한 무리를 이뤄 무리 지어 생존하면서 장기간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으로 연구됐다"고 전했다.
한편 고래보호단체 WDC에 따르면 올해 1월 9일 기준 전 세계 해양공원에는 최소 55마리의 범고래가 갇혀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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