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정비사업에서의 공사비가 급증하는 가운데 서울 비강남권에서 3.3㎡당 750만 원의 공사비를 요구하는 일이 나타났다. 공사비 증액 요구가 전국 곳곳에서 펼쳐지면서 시공사가 조합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일까지 발생하는 등 공사비를 둘러싼 갈등이 연일 증폭되는 모양새다.
14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서울 강서구 등촌1구역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에 공사비를 3.3㎡당 기존 487만 원에서 750만 원으로 54% 올려달라고 통보했다. 이 사업은 등촌동 366-24번지 및 366-61번지 일대를 540여 가구로 재건축하는 사업이다. 조합은 2019년 10월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후 3.3㎡당 약 487만 원으로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현대건설은 3년간 물가 상승을 고려해 대폭 증액을 요구하고 나섰다. 현대건설 측은 “등촌1구역은 부지가 좁고 긴 특수성으로 인해 타 단지보다 공사비가 비싸게 책정됐다”고 설명했다.
조합은 이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물가 인상 등을 감안하더라도 시공사가 제시한 금액이 지나치게 높다는 주장이다. 조합 관계자는 “그간 4차례의 협상에서 3.3㎡당 최대 690만 원까지 수용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아직 시공사와의 이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며 “시공사는 원자재 값과 인건비 상승 등을 언급할 뿐 공사비 증액의 근거인 상세 내역서도 제대로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GS건설과 현대건설·SK에코플랜트가 공동으로 시공하는 광명5R구역 재개발 사업도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갈등을 겪고 있다. 2021년 12월 시공단과 조합이 체결한 공사비는 3.3㎡당 약 489만 원이었으나 약 1년이 지난 현재는 630만 원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협상 끝에 조합은 3.3㎡당 570만 원, 시공단은 597만 원을 제시하며 이견을 좁히고는 있지만 아직도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조합 관계자는 “계약서에는 실착공 시점까지 소비자물가지수 인상률에 맞춰 공사비를 인상하도록 돼 있는데 이를 적용할 경우 공사비는 3.3㎡당 530만 원이 된다”며 “하지만 물가가 많이 오른 것을 고려해 조합이 이보다 높은 570만 원을 제시했으나 시공단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시공단 주관사인 GS건설 측은 “착공 시점에 현장 내 지질 성향을 분석해보니 과도한 암반 지역에 따른 토공사 물량 증가가 확인됐다”며 “이로 인해 공사비 증가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공사비를 둘러싼 시공사와 조합 간의 갈등이 법정으로 가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대우건설과 쌍용건설이 공동으로 시공하는 창원의 교방1구역(창원 푸르지오 더플래티넘)이 대표적이다. 시공단은 교방1구역재개발정비사업 조합에 64억 원 상당의 공사비 증액을 요구했으나 조합이 이를 거부했고 결국 지난해 공사 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대우건설 측은 “도급계약서에 따르면 착공 시점까지의 소비자물가지수 변동률을 반영해 공사비를 증액하도록 돼 있다”며 “이에 따라 조합이 64억 원 상당을 지급해야 하지만 이를 거부하고 있어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달 말 첫 변론기일을 열 예정이다. 조합 관계자는 “재판 결과가 나오지 않은 만큼 결과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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