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 화이자가 암 치료제 개발 업체 시젠을 430억 달러(약 56조 원)에 품는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백신 특수로 이례적으로 급성장한 화이자가 이를 바탕으로 포트폴리오와 수익원을 다각화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화이자는 13일(현지 시간) 항암제 라인업을 강화하기 위해 시젠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올해 이뤄진 기업 인수합병(M&A) 중 최대 규모다. 시젠은 암세포를 정확히 타격하는 항체약물접합체(ADC) 치료제 시장의 선두 주자로 꼽힌다. 화이자는 시젠 인수를 통해 초기 단계 암 치료제 개발 역량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시젠이 보유한 면역 항암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활용해 2030년까지 연간 100억 달러의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는 “화이자는 시젠의 상업적 역량을 3배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임상시험 속도를 가속화할 것”이라며 “우리는 황금알이 아닌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들은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로 막대한 수익을 올린 화이자가 제약업계에서 다시금 주류로 도약하기 위해 제품 포트폴리오 강화를 본격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CNBC는 “(이번 인수는) 화이자가 코로나19 백신으로 평생 한번 뿐인 ‘현금 횡재’를 맞은 뒤 체결한 일련의 M&A 중 가장 큰 건”이라며 “화이자는 4개의 암 치료제를 (포트폴리오에) 추가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화이자가 코로나19 기간 동안 백신과 치료제를 팔아 벌어들인 현금은 227억 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위드 코로나’ 기조가 확산되고 백신 수요가 급감하면서 화이자가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화이자는 코로나19 이후 새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해 M&A 등 투자에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왔다. 2021년부터 지금까지 화이자가 단행한 M&A 6건의 인수 금액은 총 700억 달러에 육박한다. 화이자는 지난해 편두통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갖춘 바이오헤이븐을 116억 달러에, 혈액 질환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GBT를 54억 달러에, 항바이러스제 전문 업체 리바이럴을 5억 2500만 달러에 각각 인수했다.
한편 시젠은 지난해 글로벌 대형 제약 회사들이 인수전에 경쟁적으로 뛰어들면서 주가가 고공 행진을 한 바 있다. 앞서 머크가 시젠 인수에 나섰지만 가격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협상이 결렬됐다. 머크·화이자 등 대형 제약사들의 인수설에 시젠 주가는 올 들어 30% 넘게 급등했다. 화이자의 인수가 공식화된 전날 시젠 주가는 14.51%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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