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샌가 맑은 콧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재채기와 함께 눈과 코는 가렵고 충혈이 발생하기도 한다. 일교차가 크고 건조해질 때마다 찾아오는 불청객 ‘알레르기 비염’이다. 중증질환으로 인식되지는 않지만 앓는 이를 힘들게 하는 질병 중 하나다. ‘좀 지나면 괜찮아지겠지’하고 방치했다가는 천식·축농증 등 만성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는 만큼 유의해야 한다.
알레르기 비염은 코 점막이 특정 물질에 과민반응을 보이는 현상이다.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들숨에 실려 오면 체내 화학물질인 ‘히스타민’이 분비 돼 코 안에 점액이 생성되고 점막이 붓는 염증 반응으로 발생한다. 한 번이라도 알레르기 비염으로 진단 받은 국민은 약 20%로 파악된다.
코감기와 증상이 유사해 오해하는 경우도 많지만 알레르기 비염은 발작적인 재채기와 맑은 콧물, 코막힘, 가려움증이 주된 증상이며 열이 동반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기는 코 증상과 함께 발열이 동반되고 대부분 1주일 안에 증상이 소실되지만 알레르기 비염은 원인물질이 제거될 때까지 증상이 사라지지 않는다.
알레르기 비염 치료는 원인 물질을 알아내 최대한 피하는 것이 기본이다. 전문의들은 병원을 방문해 세부 검사를 받고 정확한 알레르기 원인을 진단기를 권장한다. 알레르기의 주요 원인은 △집먼지 진드기 △꽃가루 △애완동물 털 △곤충 △곰팡이 등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실내 오염물질이나 차고 건조한 공기, 스트레스가 증상을 발생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간단한 피부반응시험 또는 혈액 알레르기 검사를 통해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 검사 후 의사가 환자의 병력 등을 종합해 알레르기 반응 여부를 진단한다. 연령·직업·증상의 종류와 정도·발생 연령·유발 요인·주거 환경 등 치료 경력과 경과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알레르기 비염 환자의 약 40%는 삼촌 이내의 가까운 가족 중 알레르기 질환이 있다. 알레르기 질환의 가족력과 소아기부터 증상이 나타날 때, 계절적인 변화를 보일 때, 시간을 두고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알레르기 비염을 의심할 수 있다.
서민영 고려대 안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알레르기 비염은 코막힘으로 인한 두통·수면장애·기억력 및 집중도 저하 등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며 “천식과 축농증 등과 유의한 상관관계를 보이는 질병이므로 방치하지 말고 반드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회피요법으로 알레르기의 원인이 되는 물질을 피하는 것이 중요한 치료 요법으로 여겨졌다. 다만 현실적으로 꽃가루·집먼지 진드기 등을 완전히 차단하거나 피하기 어렵다보니 현재는 약물 치료가 중시되고 있다. 주로 과민반응 억제를 위한 항히스타민제나 비강 스테로이드 치료제가 사용된다. 특히 최근에 개발된 치료제들은 이전 치료제 대비 부작용이 많이 줄었다.
원인이 되는 항원을 장기적으로 소량 투여해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면역 치료를 병행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에는 면역 치료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는데 소아에 한해서는 천식으로 이행을 막는 등 면역 치료가 많이 병행되고 있다. 콧속 비중격이 휘었거나 점막이 부어 코가 많이 막히고 코막힘이 약물적 치료에도 불구하고 지속되는 경우에는 비중격 교정술 및 축소술도 고려된다. 서 교수는 “완치라는 개념은 없지만 정확한 진단을 통해 예방과 약물치료, 쾌적한 주변 환경 관리를 통해 편안한 일상을 회복할 수 있다”며 “증상이 있는 경우 전문의와 빠른 상담을 통해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전했다.
식습관을 개선하는 것도 알레르기 비염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알레르기 비염 예방에 좋은 음식은 △감자 △미나리 △된장 △검은콩 △연근 △배 등이 꼽힌다. 감자는 비타민 B와 C가 풍부해 면역력 향상에 좋고 알레르기 체질 개선과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미나리는 비염이 발생했을 때 도움이 된다. 특히 뿌리를 자른 미나리를 씻어 물기를 제거하고 즙을 내 냉장고에 보관한 뒤 거즈에 묻혀 콧속을 냉찜질하면 효과가 좋다. 된장과 검은콩 역시 면역력 향상에 좋다. 연근은 코 내부 점막 조직에 생긴 염증을 가라앉힐 수 있다. 배는 몸속 갈증 해소와 기침, 가래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염을 예방하기 위한 생활 습관도 중요하다. 물을 많이 마시면 대사작용을 높여 노폐물을 배출시킨다. 콧 속이 건조하지 않도록 미지근한 물을 충분히 마셔주는 것도 필요하다. 재채기를 하거나 콧물을 닦느라 손이 쉽게 더러워질 수도 있는 만큼 흐르는 물에 손을 자주 닦아야 한다.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에게 방향제, 향이 강한 화장품은 알레르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미세먼지 수차가 높은 날에는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고 꼭 외출해야 할 경우 황사용 마스크를 착용하고 외출하는 것도 좋다. 진료를 받아 치료를 할 때에는 합병증이 생기지 않도록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치료 받는 것이 중요하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알레르기 비염 환자들은 바이러스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바이러스가 체내에 들어올 경우 알레르기 비염의 증상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알레르기 비염은 한두 번 병원에 내원하고 증상이 조금 나아졌다고 치료를 멈추면 완치다 쉽지 않다”며 “먹는 약이나 스프레이 등을 활용해 완치가 될 때까지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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