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술집 보안요원이 아시아계 여성들을 ‘김정은’으로 불렀다가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이 경비원은 결국 일자리를 잃었다.
14일(현지시간) NBC 시카고5 뉴스 등에 따르면 아시아계 여성 시드니 히긴스는 지난 11일 고모, 친구들과 함께 시카고 프로야구장 리글리필드 인근의 ‘듀시스 메이저리그 바(Deuce's Major League Bar)’를 찾았다가 불쾌한 일을 겪었다.
이날은 ‘성 패트릭스 데이(3월 17일)’를 앞둔 주말로, 시카고 곳곳의 술집에서 ‘바 크롤(Bar Crawl·여러 바를 옮겨 다니며 술을 마시는 풍습)’ 이벤트가 펼쳐져 참여 업소들 앞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긴 줄을 이루고 있었다.
시드니는 “듀시스 앞에 줄이 끊긴 것을 보고 남들처럼 바리케이드 틈새로 통과해 들어가려 했다”며 그때 한 보안요원이 다가와 저지하며 자신과 일행들을 인종적으로 모욕적인 이름으로 불렀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안요원은 ‘안돼, 안돼. 여기 있어 김정은’이라고 말했고, 나는 ‘뭐라고?’라고 했다”고 말했다.
시드니의 고모 캣 히긴스도 당시 “보안요원에게 ‘지금 뭐라 말했냐’고 묻자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김정은’이라 답했다”고 부연했다.
히긴스 일행은 휴대전화를 이용해 당시 상황을 녹화했다. 촬영한 동영상에는 보안요원이 “나는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다. 다만 당신을 뭐라 부르던 그건 내 마음”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잡혔다. 그는 또 “나는 백인 손님들을 ‘조 바이든’으로 부른다”고 주장했다. 영상에 따르면 해당 경비원은 흑인인 것으로 추정된다.
캣은 “아시아계든 아니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누군가를 비하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라며 “그들(아시아계)이 그에게 무슨 일을 했든, 나는 개인적으로 그가 보안요원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보안요원 파견 업체와 듀시스 모두 다양성 교육을 재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레이스 파이 아시안아메리칸정의진흥협회(AAJC) 전무이사는 이 사건이 ‘인종적 괴롭힘(racial harassment)’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말 안타까운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이 같은 일을 겪고 있다”며 “많은 정치 지도자들이 코로나19 팬데믹의 책임을 중국에 돌리면서 이런 일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해당 보안요원은 이번 사건으로 해고됐다. 듀시스 측은 성명을 통해 “문제가 된 보안요원은 제3업체에서 파견된 직원이며 더 이상 우리와 일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어떤 차별이나 편견도 허용하지 않는다. 편협한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계속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 대해선 “해당 보안요원이 고객의 안전을 지키려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해명해 인종차별적 발언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렸다는 비난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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