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일가가 소유한 회사가 생산한 김치·와인을 계열회사에 강매하는 과정에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개입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이 전 회장이 관여했다고 보여지는 만큼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재한 게 정당하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16일 이 전 회장과 태광그룹 소속 계열사 19곳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 명령 및 과징금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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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태광그룹 경영기획실 지시로 계열사들이 2014~2016년 오너일가 소유 회사인 티시스와 메르뱅에서 김치와 와인을 시중보다 비싼 가격에 대량 매수한 사실을 적발해 계열사에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 21억 8000만 원을 부과했다. 이 전 회장에게도 시정 명령을 내렸다. 두 회사는 총수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특수관계법인으로 태광그룹 계열사와의 거래액만 140억여 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전 회장과 계열사들은 공정위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2심 재판부는 계열사에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정당하다고 봤다. 반면 “이 전 회장이 김치·와인 거래에 관여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이 전 회장에게 내린 시정 명령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전 회장이 김치·와인 거래에 관여했다고 볼 여지가 많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번 거래로 티시스의 자산 증대 및 특수관계인의 자산 증대에 상당히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며 “경영기획실이 이 전 회장 모르게 김치 거래를 할 동기가 있다고 보이지 않고 오히려 이 전 회장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김치 거래의 경과 등을 보고해 자신들의 성과로 인정받으려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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