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16일(현지 시간) 기준금리를 78%로 인상했다. 지난 달 물가상승률이 전년 대비 100%를 넘어서는 등 인플레이션이 폭주하자 ‘물가와의 전쟁’을 본격화하고 나선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기존 75%에서 78%로 3%포인트 올렸다. 지난 해 9월 금리를 5.5%포인트 대폭 올린 이후 6개월 만의 추가 인상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수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유지해온 가운데 물가가 급등하자 아르헨티나 당국이 추가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전했다.
급격한 금리 인상을 결정한 배경에는 아르헨티나의 물가가 살인적인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는 점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아르헨티나의 지난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102.5% 상승했다. 1991년 초인플레이션 시기 이후 31년여 만에 첫 세 자릿수 물가 상승이다. CPI는 2월 한 달에만 6.6% 올랐다. 특히 식품 가격은 한 달 전보다 9.8% 급등했다. 아르헨티나 식생활의 필수품으로 꼽히는 소고기 가격은 부에노스아이레스 등 수도권에서 무려 35%나 치솟았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이미 지난 해 말부터 ‘물가 잡기’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중앙은행이 9차례에 걸쳐 금리를 올리면서 기준금리는 연 75%까지 뛰었다. 물가 억제를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서 1700여개 상품 가격을 동결(공정 가격)하기로 했고, 화폐(페소) 가치 추락에 대응해 2000페소짜리 최고액권 발행 계획도 발표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안팎에서는 역부족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벌써부터 올해 물가상승률이 지난 해(90%)를 넘어 100%에 달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줄을 잇는다. 특히 빈곤율이 4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여파로 실질임금 수준이 낮아지면서 서민들이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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