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잠잠했던 수도권 아파트 경매시장이 올 들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두 차례 이상된 유찰된 물건들이 연이어 쏟아져 나오면서 시세대비 낮은 가격으로 낙찰을 받으려는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어서다. 서울 아파트에는 경매 한 건에 30명 가까이, 경기 아파트에는 60명 가량 몰리는 사례도 나오는 등 경매 시장에 불이 붙고 있다.
19일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16일까지 기준) 서울 아파트 경매의 평균 응찰자 수는 5.79명이다. 1월 5.6명에서 2월 8명까지 늘었는데 이달이 아직 10여일 정도 남은 점을 고려하면 3월 전체 응찰자 수는 2월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올 들어 서울 아파트 월 평균 경매 평균 참여자 수는 6.5명으로 지난해 평균 4.5명을 뛰어넘는다.
경기·인천 경매 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경기 아파트 월별 경매 평균 응찰자 수는 1월 10.9명, 2월 13.7명에 이어 3월 현재는 17.13명까지 치솟았다. 인천도 1월 8.3명에서 2월 10.4명까지 올랐다. 3월 현재는 9.64명에 이르러 2월 수치를 가뿐히 넘길 것으로 보인다. 경기, 인천 모두 올 들어 지난해 월 평균 응찰자 수 (경기 8.5명, 인천 6.4명)를 앞선다.
올 들어 눈에 띄게 평균 응찰자 수가 반등하는 것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부동산 하락세와 맞물려 유찰이 2회 이상 시행된 단지가 대거 나오면서 싼 가격에 아파트를 받으려는 응찰자들이 앞다퉈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유찰이 반복될 때마다 서울은 20%, 인천·경기는 30%씩 경매 시작가가 내려가는데 시세보다 낮은 경우도 있어서 투자자들의 수요를 더욱 당기고 있다.
실제로 서울에서는 지난 14일 서초구 서초동 ‘서초3차현대’ 전용 83㎡이 두 차례 유찰 끝에 감정가 15억원의 82.2% 수준인 12억3312억원에 낙찰됐다. 현재 같은 평형의 시세가 14억5000만원 부근에 형성돼 있는 점을 고려하면 최대 2억원 가량 싸게 낙찰받은 셈이다. 이에 이 물건에는 응찰자가 무려 21명이나 몰렸다.
이 밖에 구로구 고척동 ‘고척파크푸르지오’ 전용 115㎡ 물건에는 응찰자가 15명이나 몰리며 9억9250만원(낙찰가율 74.6%)에 매각됐다. 강북 최대 재건축 대장주인 마포구 ‘성산시영’ 전용 59㎡도 두 차례 유찰을 거쳐 감정가 12억9000만원의 71% 수준인 9억1590만원에 매각됐다. 같은 평형대가 최근 10억 초반에 거래된 점을 고려하면 1억원 가량 싸게 낙찰된 것이다.
경기도에서는 최근 하나의 물건에 무려 60명이 응찰한 경우도 있었다. 1998년에 완공한 안성시 금석동 ‘안성동남타운’ 전용 59㎡ 경매에는 60명이 입찰에 참여해 감정가(1억 400만원)의 79.6%인 8278만원에 낙찰됐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매매시장이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인 만큼 입찰자들이 보수적으로 입찰가를 산정하고 있는데, 동시에 지난해 경매시장 한파로 쌓여있던 물건이 2, 3회 유찰되면서 저가에 매물로 나오면서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다”며 “특히 거주여건이 좋고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할 수 있는 9억원 이하 금액대 물건에 많은 응찰자가 몰리면서 올 들어 수도권 평균 응찰자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저가 위주로 유찰이 많은 물건에는 응찰자가 계속 몰릴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고금리 상황이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입지가 좋으면서 가격 메리트가 충분한 곳 위주로 (경매에) 참여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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