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반세기 전인 1973년 4월. 전쟁과 가난으로 황폐화된 민둥산을 녹화하고 산림자원을 종합 관리하기 위해 ‘제1차 치산녹화10개년계획’이 처음으로 시행됐다. 이후 대한민국은 100억 그루가 넘는 나무를 심어 세계사에 유례없는 국토 녹화의 금자탑을 쌓았다. 한국은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녹화 성공 국가로 평가한 유일한 나라이기도 하다. 아힘 슈타이너 전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은 “한국의 조림 사업은 세계적 자랑거리”라고 평가했고 환경운동가 레스터 브라운은 “대한민국이 세계의 모델이다. 세계를 다시 숲으로 덮을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국토 녹화 50주년을 맞아 남성현 산림청장으로부터 숲으로 잘 사는 산림 르네상스, 탄소 중립과 목재, 산불, 산림 복지, 산림 100년 비전 등 산림 현안에 대해 들어봤다.
“반세기 동안 국민과 함께 가꾼 국토 녹화의 성과를 이제 국민과 산주·임업인들에게 돌려줄 계획입니다. 국토의 63%를 차지하는 산림이 219만 산주에게 돈이 되는 보물산이 되도록 하고 모든 국민이 보고 즐기고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할 것입니다. 이것이 숲으로 잘 사는 산림 르네상스를 만드는 길입니다.”
남 청장은 17일 정부대전청사 산림청장실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보존과 지속 가능한 이용을 추구하는 선진국형 산림 경영·관리를 통해 숲으로 잘 사는 산림 르네상스 시대를 창출할 것”이라며 “임업·산림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우선 산림 분야 규제 혁신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 청장은 “임업인 현장 간담회를 15회 개최하고 214개 협·단체를 통해 277건의 개선 과제를 발굴, 이 중 227건을 수용해 법·시행령·시행규칙·행정규칙 등을 개정하고 있다”며 “산지 이용 합리화, 진입장벽 완화, 임업 경영 여건 개선, 행정절차 간소화 등을 추진 중으로, 규제 혁신의 궁극적인 목표는 돈이 되는 임업, 살맛 나는 산촌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림청은 ‘산림 분야 규제혁신전담팀(TF)’ 단장을 산림청장으로 격상해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산양삼 재배 목적 국유림 사용 허가 기간 제한(20년)’을 삭제하고 숲속야영장 내 숲속의집 위생 시설 설치도 허용했다. 아울러 풍력발전 시설 진입로 연장 거리 제한 폐지, 사립휴양림 내 식당 조성 기준 완화, 임업용 산지 내 숲경영체험림 조성 허용, 산림복지단지 조성 절차 간소화 등 규제 혁신 과제를 발굴해 개선하고 있다.
남 청장은 특히 ‘돈 되는 임업’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임업직불제 확대와 산림공익가치보전지불제 도입 등에 대한 의지도 강하다.
그는 “임업직불금 지급 확대를 위해 요건을 농업 등 유사 제도 수준으로 개선하는 한편 임산물 재해보험 품목도 늘리고 임목 재해보험 도입을 추진하고자 한다”며 “영세 산주를 위한 산지연금도 올해 75억 원으로 대폭 확대해 임업인의 소득 안전망을 확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 청장은 또 “산림의 공익 기능을 확보하기 위해 산림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재산권을 제한받는 사유림 산주 약 3만 명에 대한 보상을 위해 산림공익가치보전지불제를 도입할 계획”이라며 “현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운영 중으로 연내 산림보호법을 개정해 내년부터 시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 청장은 사유림 내에서 산림서비스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숲경영체험림을 올 6월부터 시행해 임업인 부자 만들기에도 나설 계획이다. 그는 “산은 이제 임산물의 생산과 가공을 넘어 국민들에게 볼거리, 느낄 거리,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또 하나의 산업 기반으로 업그레이드돼야 한다”며 “임업을 경영하는 사유림에서 체험하고 숙박하는 산림 휴양 서비스 시설 조성을 허용함으로써 임업인이 소득 다변화에 나설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기후위기 시대 탄소 중립 실현의 방안으로 산림 부문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에 산림흡수원이 포함됐는데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2억 9100만 톤의 11%인 3200만 톤을 국내외 산림 부문이 충당하게 되면서 산림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남 청장은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고 체계적으로 벌채하고 목제품과 산림바이오매스를 이용하는 것이 곧 탄소 중립에 기여하는 것”이라며 “산림을 잘 경영할 수 있도록 임도, 기계화, 전문 기능인 양성 등 인프라 확충에 보다 과감하게 투자하는 것이 우리의 미래 세대에게 쾌적하고 건강한 국토를 남겨주게 되는 길”이라고 산림 투자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특히 “국산 목재 이용이 탄소 중립 실현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강조하며 “유럽과 일본 등지에서 이미 대형화되고 초고층화된 목조건축 건립이 확대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목조건축 과학화 등을 기반으로 고층 목조건축 조성에 본격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에서도 목조건축 규제가 사라져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이 7층 규모의 교육센터를 목조로 건립하고 있고 대전으로 이전하게 될 한국임업진흥원 또한 국산 목재를 활용한 목조건축으로 신사옥을 지을 계획”이라며 “향후 산림청이 발주하는 건축물에 국산 목재를 활용하도록 의무화하는 조치도 추진할 방침”이라고 국산 목재 활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건조한 날씨와 가뭄으로 전국적으로 산불이 1일 10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대형 산불이 일어날 위험이 커지면서 산림청은 4월 30일까지를 산불특별대책기간으로 정하고 산불 감시원, 산불 진화대 등 연인원 2만 2000명을 산불 예방 및 진화에 투입하고 있다.
남 청장은 “봄철 바람이 강해지면서 대형 산불의 발생 위험이 높아지고 있고, 특히 올해는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소각 산불 등 부주의한 불씨 관리로 인한 산불이 빈발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영농철을 앞두고 고춧대 소각 및 비닐하우스 설치를 위한 용접, 논밭두렁 태우기 등으로 발생한 불이 인근 산으로 번지는 일이 다반사”라며 소각 행위 금지를 당부했다.
그는 “산림청 본청에는 산림재난통제관을 신설해 산불 등 재난에 대응하고 있으나 지방산림청, 국유림관리소, 시도 지자체 등지에는 산불 현장 대응 인력이 부족해 적기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행정안전부 등 관계 부처와 협력해 일선 산불 담당 인력 확충에 적극 나서는 한편 야간 산불 진화 등에 반드시 필요함에도 선진국의 10~20% 수준에 그치고 있는 산불 진화 임도를 대폭 확충하고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산불 예방 ICT 플랫폼’을 산불 위험이 큰 강원과 경북 동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10개소까지 확대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림청은 국민이 소중히 가꾼 숲을 국민들이 육체적·정신적 건강을 다지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데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남 청장은 “산과 숲을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휴양·치유 중심의 산림 복지 메카로 육성할 것”이라며 “국민이 산림 치유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생활권 국립 치유의숲을 전남 화순과 부산에 조성해 개장하고 장기 체류형 국립 지덕권 산림치유원을 2024년까지 전북 진안에 조성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를 위해 산림청은 경북 울진에서 충남 태안을 동서로 잇는 동서 트레일(316㎞)을 조성하는 한편 국가숲길·자연휴양림·숲속야영장 등을 확충할 계획이다. 아울러 기후대응도시숲·도시바람길숲·자녀안심그린숲·국유지도시숲 등 다양한 도시숲을 조성해 2027년까지 1인당 생활권 도시숲 면적을 세계보건기구(WHO) 권장 기준인 15㎡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남 청장은 제1호 국가정원인 순천만국가정원에서 4월 1일부터 개최되는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참여도 요청했다. 그는 “정원 산업 진흥과 정원 문화 확산을 위한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3월 31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4월 1일부터 10월까지 7개월간 순천만국가정원과 순천만습지, 도심 일원에서 열린다”며 “세계 30여 개국에서 80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정원에 대한 관심 확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한몫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남 청장은 “다음 달에 국토 녹화 50주년 기념식을 갖고 ‘국토 녹화 50년, 국민 행복 50년’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향후 50년을 전망하는 ‘산림 100년 비전’을 선포할 계획”이라며 “국토 녹화 50주년의 성과를 회고하고 앞으로 50년 산림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를 담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이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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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 충남 논산 △1976년 대전고 △1981년 건국대 행정학과 △1990년 국방대학원 안전보장학 석사 △2008년 충남대 산림자원학 박사 △2004년 산림청 기획관리관 △2008년 산림청 산림이용본부장 △2011년 남부지방산림청장 △2015년 국립산림과학원장 △2017년 국민대 특임교수 △2021년 경상국립대 초빙교수 △2022년 5월~ 산림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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