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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술 유출 25조, 초격차 기술 개발 못지않게 지키는 것도 중요


최근 5년 동안 산업 기술 유출로 국내 기업들이 입은 피해액이 25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국가정보원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적발한 산업 기술 유출 사례는 93건이었다. 이 가운데 3분의 1가량은 반도체·디스플레이·2차전지·자동차·정보통신·조선 분야의 국가 핵심 기술이었다. 반도체 분야에서만 8건의 핵심 기술을 포함해 24건의 기술이 유출됐고 2차전지에서도 4건의 핵심 기술을 비롯해 7건의 기술이 해외로 빼돌려졌다. 한 연구원은 임원 승진에서 탈락한 뒤 중국 회사와 동업을 약속하고 반도체 핵심 기술을 빼돌리다 적발됐다. 글로벌 기술 패권 전쟁의 와중에 국가의 명운이 달린 첨단 기술이 밖으로 줄줄 새나가는 현실은 충격적이다.

국가 미래 경쟁력의 근간이자 안보 자산인 핵심 기술을 훔쳐 국외로 팔아넘기는 것은 매국적 반역 행위나 다름없다. 미국이 기술 유출 행위에 대해 법정 최고형 징역 20년과 추징금 최대 500만 달러(약 65억 5000만 원)의 중형을 선고하는 이유다. 독일·일본·대만 등도 국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고려해 기술 유출을 엄중히 처벌하고 있다. 그런데도 기술 유출에 대한 국내의 법적 처벌은 70%가 집행유예일 정도로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고 있다. 기술을 해외로 빼돌린 범죄에 대해 법원이 내리는 최고형은 고작 6년이다. 처벌 수위가 낮으면 기술 유출이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사회적 인식을 낳아 산업스파이 범죄를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니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기술 유출 범죄를 방치하는 것”이라는 지적마저 나온다. 여야 일부 의원이 산업 기술 해외 유출에 대한 형량을 높이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에서 이 법안이 언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경쟁국을 따돌릴 초격차 기술을 개발해도 이를 지켜내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기업과 정부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기술 도둑질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기술 탈취를 막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핵심 기술을 다루는 고급 인재가 국내에 잔류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한편 기술 유출 시 엄벌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기술을 빼돌려서 얻는 이익이 적발 시 받게 될 처벌보다 크다는 인식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국회가 관련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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