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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씹을 수 있도록 치과치료부터…노숙인 자립 돕죠”

노숙인 자활 공동체 운영하는 박국양·조태례 부부

사재 털어 당진에 ‘푸른들’ 설립

심리치료 받고 스스로 농사도

노숙인, 가족과 재회 가장 기뻐

나눔·봉사, 당연한 의무와 책임

사회에 도움 손길 더 많았으면

박국양(왼쪽)·조태례씨 부부. 사진 제공=조태례씨




“치과 치료를 받은 노숙인이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을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충남 당진에서 노숙인들의 자활 공동체인 ‘푸른들가족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는 박국양 가천대 길병원 흉부외과 의사와 조태례 가천대 특수치료대학원 겸임교수 부부는 “노숙인에게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일은 치과 치료를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숙인들은 구강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치아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치료해야 할 치아가 10개 이상 될 때도 있다. 부부는 “노숙인이 치과 치료를 받아 음식을 제대로 씹어 먹는 것이 자립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부부는 2014년 사재를 털어 푸른들을 설립했다. 미술 치료와 사회복지를 전공한 조 교수가 교회에서 알게 된 노숙인들의 심리 치료를 하던 중 이들의 자활을 돕고 싶어 남편에게 제안했다. 이미 의대생 때부터 무의촌 진료를 다니며 봉사 활동을 꾸준히 벌여온 남편은 흔쾌히 동의했다. 남편은 심장 수술의 권위자로 이제껏 3000여 건의 심장 수술을 했다. 그중 300여 건은 국내외 환자에게 해준 무료 수술이다.

이곳 식구들은 밭에서 스스로 농사를 지어 고구마와 고추를 재배하고 차를 만들어 판매도 한다. 공동체 초기 고구마를 팔아 얼마간의 돈을 벌었지만 처음 들인 돈과 비교하니 밑졌다. 하지만 땀을 흘려 수확했다는 데 의미가 있었고 그렇다면 대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번 돈으로 모든 식구가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왔고 이후 식구들도 이곳을 자기 집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귀한 경험이었다.



10년 가까운 기간 푸른들을 운영하면서 제일 기쁜 일은 식구들이 10년 혹은 20년 전 헤어진 가족을 찾았을 때다. 식구들은 푸른들에 들어와 심리 치료를 받으며 자활하고 독립하기까지 가족과 재회할 때 가장 크게 변화했다. 조 교수는 “식구들이 가족 관계를 회복하고 오래된 상처를 치유하는 것을 보면 이 세상에서 가족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귀띔했다. 한 번은 이곳에 들어온 한 청년이 돈을 훔쳐 달아난 적이 있었다. 청년은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에 잡혀 푸른들에 다시 들어왔다. 부부는 청년에게 운전면허를 따게 하고 양계를 배우게 해 아프리카에서 2년간 봉사 활동을 하도록 권유했다. 아프리카에서 돌아온 청년은 지금 한 사람 몫을 제대로 하고 있다.

부부는 “나눔과 봉사는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당연히 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라고 여긴다. 나눔과 봉사는 받는 사람보다 하는 사람에게 더 큰 기쁨을 주고 보람과 긍정적 사고를 가져다 준다고 믿는다. 부부 역시 “푸른들 가족들과 지내면서 사랑하는 법과 감사함을 배우며 더 성숙해지는 느낌을 받는다”고 전했다.

푸른들은 요즘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식구들이 푸른들을 나와 자립할 독립 공간을 마련하는 일이다. 부부는 이를 위해 푸른들 옆에 농막을 지었지만 한계가 있어 농사를 지을 때 잠깐 사용할 뿐 식구들이 별도 거주하는 독립 공간으로 활용하지는 못하고 있다. 부부는 “사람은 누구나 독립 공간이 필요하지만 이곳 식구들은 특히 더 그렇다”고 설명한다.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사회관계성이 약할수록 필요한 것이 자기만의 공간이다.

“누구나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는데 그때 누군가 손을 내밀어 힘이 돼준다면 세상을 다시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사회의 작은 곳에서 주는 도움의 손길은 사회를 더욱 따뜻하게 만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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