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이른바 ‘글로벌사우스(Global South·제3세계)’의 대표 격인 인도에서 인도태평양 지역 전략 계획안을 공개한다.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높이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는 차원으로 향후 태평양 지역 신흥국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늘린다는 계산이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20일 기시다 총리가 전날 전용기를 타고 인도로 향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회담한 후 인도 싱크탱크 회의에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 전략을 공개한다. 기시다 총리는 출국 전 기자들과 만나 “이 자리에서 역사적 전환기 FOIP의 역할에 대한 생각을 밝힐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일본 언론은 일본이 방위 장비와 훈련 제공 등으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각국의 해상 경계와 감시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한 개도국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를 확충해 항구 등 인프라 투자의 질을 높이는 방안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재 육성 및 글로벌사우스와의 연계 강화 방안도 제시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이 기존 ODA를 비군사적 분야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신흥국의 안보 수요를 잡아 경제·안보 양면에서 관계를 깊게 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이 계획을 실현하려면 인도의 지지가 중요하다. 양측 모두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이해관계가 일치하며 안보협력체 ‘쿼드(Quad)’의 일원이기도 하다. 일본 정부의 한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인도에서 FOIP 전략을 공개하는 것은 일본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 주체로서 인도를 중시한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그는 앞서 히로시마에서 열린 회의에서 “국제 질서를 위한 협력 방안을 모색할 때 인도를 빠뜨릴 수 없다”며 인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기시다 총리는 이날 정상회담에서 모디 총리를 5월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정상회의에 초대했고, 모디 총리가 이를 수락했다. 인도 매체는 두 정상이 에너지, 식량 안보, 국방, 기술 등 여러 방면에서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G7·G20이 개발금융, 식량안보, 기후변화, 에너지 등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하는데 동의했다”고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인도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서방·러시아 중 어느 편도 들지 않고,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늘리는 등의 행보를 보인 것과 관련해 모디 총리에게 협력을 요청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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