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미디어부분이 폭발적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한국판 디즈니’ 실현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는 평가다. 그동안 역량 있는 스튜디오들의 인수합병(M&A)을 통해 구축한 카카오엔터의 멀티 스튜디오 체제가 성공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20일 카카오엔터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 미디어 부문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39% 성장한 1248억 원이었다. 카카오엔터의 미디어 부문의 지난해 전체 매출은 4120억 원으로, 2021년(2804억 원) 대비 크게 늘었다.
특히 미디어 부문의 4분기 매출 1248억 원은 다른 주요 부문인 뮤직( 2305억 원)이나 스토리(2216억 원)에 비하면 절대규모는 적지만 성장세는 가장 가파르다. 뮤직과 스토리 부문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 5% 매출 증가에 그쳤고, 전분기 대비는 8%와 4% 매출이 오히려 줄었다. 연간 실적으로 봐도 미디어 부문 매출 상승률이 24%로 가장 높다.
매출 증가는 산하 14개 제작사에서 나오는 작품들의 퀄리티 증가가 견인했다. 지난해 넷플릭스 비영어 TV부문에서 한국 작품이 1위를 한 것은 총 6개 작품인데, 이 중 사내맞선·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수리남 등 3개가 카카오엔터 미디어부문이 제작한 작품이다.
카카오엔터는 지난 2019년 미디어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해 제작사들을 인수해 왔다.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브로커’의 영화사집, ‘헌트’의 사나이픽처스 등도 카카오엔터 소속이다. 또 드라마 ‘빈센조’ ‘군검사 도베르만’의 로고스필름과 ‘어게인 마이 라이프’의 크로스픽쳐스도 카카오엔터의 자회사다.
올해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20여 편보다 더욱 늘어난 30여 편의 작품을 기획·제작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박은빈의 복귀작 ‘무인도의 디바’와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공개되는 지창욱 주연의 ‘최악의 악’, 김남길·서현 주연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도적: 칼의 소리’를 선보인다. 올해 4분기에는 박서준 주연의 기대작 ‘경성크리처’가 넷플릭스에서 공개를 앞두고 있고, 이미 시즌2 제작도 확정됐다. ‘화란’ ‘크로스’ 등의 영화들도 제작 중이다.
카카오엔터는 예능 등 논스크립트 콘텐츠 영역에서도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소녀 리버스’를 통해 가상현실(VR) 기술과 K팝 오디션 프로그램을 결합했고, ‘플레이유’를 통해 시청자 실시간 참여 예능 분야도 개척했다. 올해는 좀비 세계관 예능 ‘좀비버스’를 넷플릭스에서 선보이고, ‘플레이유’의 후속 시즌도 기획 중이다. 자회사 쓰리와이코프레이션을 통해 ‘우마게임’ 등 MZ세대 타깃의 유튜브 콘텐츠도 선보이고 있고, 돌고래유괴단을 통해 광고·뮤직비디오 등도 제작한다.
세계 최대 콘텐츠 업체인 디즈니에서 보듯 멀티 레이블·스튜디오 체제는 최근 엔터 업계의 트렌드다. 삼정KPMG에 따르면 최근 2년 간 콘텐츠 제작 분야 M&A가 연간 80건 이상 진행됐다. 카카오엔터 뿐 아니라 SLL·CJ ENM도 다양한 스튜디오를 산하에 두고 시청자 층을 세분화해 공략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디즈니 역시 산하에 서치라이트·픽사·루카스필름·마블·20세기스튜디오 등 다양한 개성의 스튜디오를 두고 있는 만큼 카카오엔터가 미래 비전 ‘비욘드 코리아’를 미디어 부문 확대를 통해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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