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핵심 과제인 ‘재정준칙 법제화’가 야권의 비협조로 입법을 위한 첫 관문에서부터 헛바퀴만 돌고 있다. 여야 모두 재정건전성을 위한 구속력 있는 준칙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이뤄졌으나 더불어민주당 측이 큰 이견이 있는 ‘사회적경제기본법’ 통과를 조건으로 내걸고 있어서다.
21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에서 여야는 재정준칙안이 담긴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논의 테이블에도 올리지 못했다. 이날 소위는 야당이 발의한 사회적경제법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다 별다른 성과 없이 산회했다.
민주당은 지난 19대 국회에서부터 사회적경제법 제정을 숙원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이는 공공기관이 물건을 사들일 때 전체 구매액의 5~10%를 사회적기업·협동조합·마을기업·자활기업 등에서 우선 구입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민주당의 입법 의지에도 국민의힘이 ‘시민단체 특혜법’이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면서 사회적경제법은 번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문제는 민주당이 재정준칙 법제화 등 국정 현안 해결에 대한 전제 조건으로 입법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이외에도 여당이 협조에 응하지 않는다면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공급망기본법에 제동을 걸 수 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쟁점이 큰 법을 들고 나와 사실상 논의가 끝난 재정준칙 법제화와 동일한 잣대로 처리해 달라는 민주당의 요구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특히 사회적경제법은 애초에 ‘타협 대상’에 올릴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여당 관계자는 “당내에서는 19대 국회 때부터 사회적경제법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민주당이 내놓은) 법의 내용이 바뀐 게 없으니 저희 의견도 바뀔 리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회적경제법은 진보 단체나 선거 조직을 돕는 데 악용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당내 반대 여론이 많다”며 “민주당에서는 ‘주고받는 게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라 재정준칙 법제화도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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