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을 주제로 21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현행 9%인 보험료율을 최소 12~15%까지 인상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토론회에서 보험료율을 15%로 인상하되 소득대체율을 현행 40%로 유지하거나 45~50%로 올리는 방안을 내놓았다. 또 보험료율을 12%로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하되 수급 개시 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늦추거나 현행 방식을 유지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이는 정부의 공식적인 대안이 아니지만 보험료율 인상과 수급 개시 연령 상향 등으로 연금을 개혁해야 한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더 내고 더 늦게 받는 방식의 연금 개혁은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 잡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밀어붙인 연금 개혁안은 야권이 제출한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의 불신임안이 20일 하원에서 부결됨으로써 사실상 통과됐다. 프랑스의 연금 개혁안은 연금 수령 시작 최소 연령(근로자 정년)을 현행 62세에서 2030년까지 64세로 연장하고 연금 100% 수령을 위한 보험료 납부 기간을 42년에서 2027년까지 43년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2030년 연금 적자가 연금 재정 수혈을 위한 대규모 증세와 연금 수령액 감소로 이어져 연금 제도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우리나라의 보험료율은 24년째 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연금 보험료율(18.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또 독일(18.6%), 일본(18.3%)보다도 보험료율이 지나치게 낮다. 낮은 보험료율과 고령화·저출산 가속화가 겹치면서 국민연금 재정이 2041년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경고를 허투루 들을 때가 아니다. 정부와 정치권이 나라의 미래를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더 내고 더 늦게 받는 연금 개혁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정치권이 내년 총선 표심을 의식해 연금 개혁을 떠넘기거나 미루는 일이 없도록 하려면 유권자들이 감시 활동을 벌여야 한다. 프랑스처럼 연금 개혁을 실현하려면 최고지도자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불굴의 뚝심으로 노동 개혁과 함께 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설득해 연금 제도를 수술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처럼 연금 개혁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행태가 반복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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