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금리에 전세 수요가 급감하면서 입주를 막 시작했거나 예정인 단지들의 전세 시세가 기축보다 낮게 형성되고 있다. 조합원 분담금이 큰 정비사업 단지들에서 자금 사정이 급한 집주인들이 싼값에 전세 매물을 내놓으면서 주변 전세 시세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입주를 시작하는 과천지식정보타운 내 과천르센토데시앙(584가구)의 전용 84㎡ 전세 매물이 쌓이면서 6억 원대였던 매물 호가가 4억 원 후반대까지 떨어졌다. 인근 준신축 동일 면적이 전세 보증금 6억 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신축 프리미엄은커녕 더 낮은 금액에 매물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4억 원대 전세 매물의 경우 선순위 융자가 2억~3억 원가량 껴 있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 과천에 신축 아파트 입주가 많았던 데다 6월 과천푸르지오오르투스(435가구)의 입주도 예정돼 있어 이 일대 전세 시세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2주(13일) 과천의 전세가격 변동률은 -0.97%로 일산 서구 다음으로 경기도에서 가장 높았다. 경기도 전체 아파트의 전셋값 변동률이 3월 1주 -0.60%에서 2주 -0.50%로 낙폭이 둔화됐으나 같은 기간 과천시의 전세값 변동률은 -0.67%에서 -0.97%로 커졌다.
서울에서는 동대문구 청량리역 인근, 강남구 개포동 등지에서 입주장이 본격화하며 전세 시세가 흔들리고 있다.
특히 청량리역 일대는 1월부터 11월까지의 입주 물량만 약 4000가구 규모로, 급매로 나온 전용 84㎡의 전셋값이 59㎡와 같은 기현상도 벌어졌다. 1월 입주를 시작한 청량리역해링턴플레이스 전용 84㎡의 전세 매물 호가는 현재 5억 원 초중반으로 형성됐다. 지난해 12월 동일 평형의 시세가 7억 원 중반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억 원가량 낮은 금액이다. 84㎡ 전세 급매물이 쌓이면서 같은 단지의 59㎡ 전셋값(4억 8000만~5억 5000만 원)과 비슷해지는 등 시세 왜곡이 발생하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입주 지정 기간 만료일인 이달 31일까지 잔금을 치르지 못하면 12%에 달하는 연체 이자를 내야 하기 때문에 사정이 급한 집주인들이 급매물을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입주장 영향은 보통 입주 시작일로부터 두 달 정도 지속된다”며 "다른 단지들이 1·3·5월에 입주를 한 뒤 이 일대 대장 단지인 청량리 롯데캐슬SKY-L65가 7월에 입주를 시작하기 때문에 해당 단지의 입주가 마무리되는 9월은 돼야 입주장 영향에 따른 전세 시세가 정상 시세를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입주장은 전세뿐 아니라 매매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아파트 전셋값이 흔들리면서 인근 오피스텔은 잔금을 치르기 어려운 소유주들이 계약금을 포기하고 ‘마피(마이너스 피)’로 분양권을 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량리역 인근에 위치한 힐스테이트청량리역은 분양가보다 평균 3000만~5000만 원 낮은 가격에 급매가 나와 있다.
강남구 개포동도 지난달 3375가구 규모의 개포프레지던스자이가 입주를 시작하며 인근 전세 시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84㎡의 최저 전셋값은 9억 5000만 원으로 건너편 신축 단지인 디에이치아너힐즈의 최근 동일 평형 실거래가(11억 원)보다 낮다. 구축 전셋값에도 영향을 주면서 개포주공 7단지 83.7㎡ 전세가 이달 4일 3억 9500만 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는 이전 최고가(12억 원)보다 약 67% 저렴한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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