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검수완박(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 결정에 여야는 아전인수의 해석을 내놓았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심의·표결권 침해에 초점을 맞췄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법안 통과 자체는 무효가 아니라는 판단과 법무부·검찰의 심판 청구가 ‘각하’된 점에 주목했다. 다만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지적을 받으면서 과반 의석수를 활용한 민주당의 입법 독주에도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우선 국민의힘은 자신들과 법무부·검찰이 청구한 내용의 상당수가 기각 또는 각하된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기현 대표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헌재의 결정에 대해 “황당한 궤변의 극치다. 거짓말은 했는데 허위 사실 유포는 아니라는 이재명 대표의 판결을 옮겨놓은 듯하다”면서 “헌법재판소가 아니라 정치재판소”라고 지적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번 결정을 문재인 정부 시절에 임명된 헌법재판관들에 의한 부작용으로 규정했다. 주 원내대표는 기자 간담회를 열고 “헌재가 헌법 수호 최고 기관의 역할을 못하고 있구나 싶어 한탄스럽다. (헌법재판관을) 무리해서 구성한 결과가 일부 성공했다”며 “민주주의는 결과 못지않게 절차와 과정이 중요한데 (과정에) 위법이 있더라도 위헌이 아니라면 허용하겠다는 말이냐”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사퇴와 함께 윤석열 정부의 이른바 ‘검수원복’ 시행령도 즉각 폐기해야 한다고 몰아붙였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기자 간담회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 장관은 검찰 독재 정권을 위해 입법권에 도전하며 무리한 소송을 강행했다”며 “법치를 뒤흔들며 심각한 국가 혼란을 자초한 한 장관은 지금 당장 책임지고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검수완박 후속 조치에도 속도를 붙일 것이라고 예고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번 헌재의 판단을 계기로 권력기관 개혁의 마무리 작업에 박차를 가하겠다”며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를 통한 검찰 정상화, 한국형 FBI(가칭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를 통한 반부패 국가 수사 역량 강화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는 형사사법행정 체계를 완성해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사건의 쟁점은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의 가결 선포 행위가 소수당인 국민의힘 의원들과 법무부·검사들의 권한을 침해했는지와 절차상 문제가 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었다. 헌재는 이 중 법사위원장의 가결 선포 행위로 인한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의 권한 침해만 인정하고 한 장관과 검사들이 청구한 권한쟁의 심판은 모두 각하 결정했다. 검수완박 법안이 검사의 권한을 일부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어 수사권·소추권을 직접적으로 행사하지 않은 법무부 장관은 청구인 적격이 없고 검사들의 헌법상 권한 침해 가능성도 없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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