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추가경정 예산 시즌을 맞아 경기도 기초의회와 지자체장이 잇단 갈등을 빚고 있다. 막말에 고성까지 난무하면서 지자체 핵심 사업이 발목잡히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권재 경기 오산시장은 지난 22일 오산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시의원과 설전을 벌이다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통해 이 시장의 역점 사업 관련 예산 13억 원을 삭감한 수정안을 내놨고 시의회 의장이 발언권도 주지 않은 채 의사 진행을 하면서 갈등이 폭발했다.
이 시장은 퇴장하면서 성 의장에게 “나 (의회) 안 올거니까 걱정하지 말아. 많이 하세요. 혼자”라고 비꼬았다. 정미섭 부의장이 “그게 시장님 그게 권한이세요?”라고 따지자 이 시장은 “본인이나 똑바로 해요”라고 맞받아쳤다.
고성이 오간 후 추가경정 예산안은 수정안 대로 의결됐다. 이후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은 “추경 예산안을 삭감했다고 회의장을 집단 퇴장하며 고압적인 언행으로 의회와 시민을 무시한 이 시장을 규탄한다”고 나서 갈등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다른 경기도 지자체도 사정은 엇비슷하다. 고양시의회에서 1기 신도시 재건축 관련 용역과 일산테크노밸리 전략 산업 등 핵심 예산이 삭감된 데 이어 업무추진비와 조직개편안마저 부결됐다. 파주시의회는 김경일 시장의 올해 1호 결재 사업인 성매매집결지 ‘용주골’ 폐쇄 예산을 전액 삭감했고 김포시의회는 서울지하철 5호선 김포 연장 등 굵직한 현안에 대해 갈등을 빚으면서 파행됐다.
고양시의 한 관계자는 “역점 사업의 추진 방향을 설정한 뒤 그에 맞는 예산도 편성하고 인사도 해야 하지만 모두 멈춘 상태”라며 “공무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세월만 보내고 있는 꼴”이라고 한탄했다.
예산 의결권을 가진 시의회의 파행이 길어지면서 시민들과 시민단체의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정연숙 파랑새시민연대 대표는 “정치인들의 엇박자로 예산 편성이 늦어지고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이 되고 있다”며 “더 이상 자신들의 명분만 앞세워 시민을 기만하지 말고 하루 빨리 풀뿌리 민주주의의 핵심인 기초의회가 정상화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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