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를 주도하고 있는 이회성 의장이 27일 “경제성장을 포기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축하는 것은 탄소 중립이라는 목표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인 최초로 IPCC 의장을 맡은 이 의장은 이날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IPCC가 최근 내놓은 제6차 평가보고서 종합보고서의 시사점을 설명했다. 6차 보고서는 2011~2020년 지구 표면 온도가 산업화 전인 1850~1900년보다 1.1도 상승했고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표면 온도 상승 폭이 20년 내 1.5도를 넘기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담겼다. 특히 보고서는 각국이 현재까지 내놓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로는 지구 온도 상승 폭 1.5도 제한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 2.0도 제한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유행하던 2020년에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7% 줄었으나 세계 경제성장률은 -3%였다”면서 “탄소 중립은 이산화탄소를 7% 줄이면서 동시에 경제 성장률은 2~3%를 달성한다는 의미이며 경제성장과 함께 이산화탄소를 줄인다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장은 IPCC가 최근 내놓은 6차 보고서에 대해 “기후변화에 있어서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라는 요소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는 수준까지 진전됐다”고 평가했다. 이 의장은 “과거에도 지구 평균 온도가 1.1도 올라가는 경우는 많았으나 그때는 2만~3만 년 정도가 걸렸다”면서 “온도가 올라가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문제가 되고 있고 속도가 빨라지는 원인은 에너지 사용과 토지 사용 등”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상태로 진행되면 지구 평균 온도가 20년 내로 1.5도 이상 상승하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온난화가 증가할수록 극한 기상 현상은 증대되고 확연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장은 IPCC가 온도 상승 폭 1.5도 제한을 위해 ‘2050년 탄소 중립(넷제로)’이, 2.0도 제한을 위해 ‘2070년 탄소 중립’이 필요하다고 제시했지만 그간 탄소 배출량이 많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더 일찍 넷제로를 달성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의 탄소 중립 달성 가능성에 대해서는 “산업 부문과 기술은 직결돼 있어 산업계 탄소 배출량이 많은 한국은 기술 문제만 해결하면 다른 어떤 나라보다 탄소 중립에 있어 앞서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