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기술 패권이 달린 첨단 인공지능(AI) 분야에서 한국의 경쟁력이 패러다임 변화와 맞물려 후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7일 ‘인공지능 챗봇(챗GPT) 그리고 AI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개최한 회의에서 AI 기술 통합 연구가 진전되고 플랫폼 환경이 AI 기반으로 전환되면서 한국이 선두와의 격차를 줄이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의 AI 경쟁력은 압도적 선도국인 미국·중국과의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물론 이스라엘·싱가포르 등에도 밀린다. 영국 분석기관인 토터스인텔리전스가 평가한 지난해 한국의 글로벌AI지수 순위는 7위로 전년에 비해 2단계 낮아졌다. AI 인재 평가는 전년 19위에서 28위로 추락했고 규제 등 운영 환경도 32위 수준이다. IBM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의 AI 도입률은 세계 평균(34%)에 크게 못 미치는 22%에 그칠 정도로 기술 활용도가 낮다. 차세대 기술로 각광받는 ‘생성형AI’ 분야의 기초연구와 특허 취득에도 취약하다.
AI는 미래의 국가 경쟁력을 판가름하는 핵심 기술이다. 특히 초기 시장을 선점하면 더욱 빨리 기술 고도화를 이룰 수 있는 승자 독식 구조여서 조기에 선두권에 진입하지 못하면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금세 뒤처지게 된다. 챗GPT 돌풍을 일으킨 오픈AI와 일찌감치 손을 잡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사나흘에 한 번씩 신규 서비스를 선보이며 구글 등 다른 빅테크의 추격을 따돌리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글로벌 AI 속도전’에서 낙오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기술 고도화가 시급하다. 그러려면 AI 생태계 형성을 가로막는 규제 혁파와 첨단 고급 인재 양성이 필수 과제다. 중국은 AI 인재 100만 명 육성을 위한 대대적인 투자로 미국을 맹추격하고 있다. 우리도 정부와 학계·기업이 앞장서 고급 인재 육성을 가로막는 규제를 없애고 AI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대학 AI학과를 늘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턱없이 부족한 우수 AI 교수진 확보가 우선이다. 이를 위해 경직된 대학 연봉·취업 구조 등을 쇄신하려면 규제 혁파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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