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최기상 의원 등 44명이 새 대법원장 후보를 대법원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사실상 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27일 발의했다. 개정안은 9월 임기 종료를 앞둔 김명수 대법원장이 추천위원 11명 중 7명을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개정안 발의에는 박홍근 원내대표 등도 이름을 올려 당론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헌법 제104조는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행정부와 입법부의 견제와 균형의 원칙에 따라 사법부 수장을 선임해 삼권 분립을 보장하기 위한 안전장치다.
하지만 개정안은 헌법이 규정한 대통령의 대법원장 임명권을 흔드는 것이어서 위헌 소지에 대한 논란을 초래할 수 있다. 개정안은 또 추천위의 후보 추천 의결 요건인 3분의 2 이상을 김 대법원장이 임명하도록 했다. 새 대법원장 지명권을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현 대법원장에게 부여하는 셈이다. 민주당이 현 대법원장을 지렛대로 삼아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대법원장을 선임해 ‘민주당 또는 진보·좌파로 기울어진 사법부’를 지속시키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법원장이 헌법재판관 9명 중 3명에 대한 추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해 민주당이 헌법재판관 임명에도 영향을 미치기 위한 ‘꼼수 입법’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민주당이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 입법 폭주를 하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민주당은 공영방송의 이사 수를 총 21명으로 늘리는 방송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기 위해 최근 관련 상임위에서 본회의 직회부를 의결했다. 늘어난 이사 자리에 친(親)민주당 성향의 인사를 앉혀 문재인 정부 당시 이미 장악한 공영방송에 대한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민주당 일부 의원은 KBS의 수신료 수입을 늘려주기 위해 수신료 납부 거부·면제를 더 번거롭게 하는 방송법 개정안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다수 의석을 앞세워 자신들의 밥그릇을 챙기려는 꼼수 입법 폭주를 멈춰야 한다. 지금은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김 대법원장 취임 이후 심하게 기울어진 사법부를 바로잡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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