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양원제도, 한 선거구에서 복수의 의석을 뽑는 중선거구제도 이미 경험한 나라입니다. 선거제 개편이 어려운 문제이기는 하지만 못할 것도 없지요.”
여야가 선거제 개편안을 내년 총선 전 법정 시한(4월 10일)까지 합의 처리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세간의 관측을 의식했기 때문일까. 한 국회의원 보좌진은 이같이 기자에게 귀띔했다. 이해관계만 맞아떨어진다면 막판에도 바뀔 수 있는 것이 선거제도라는 것이다. 여야가 내년 4월 총선을 약 1년 앞두고 전원위원회 개최 등 본격적인 선거제 개편 논의에 들어간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이를 둘러싼 기대감과 회의론이 교차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선거제도는 정당별·정권별 이해관계에 따라 수차례 바뀌어왔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21대 총선(2020년)에서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사법 개혁안 패스트트랙 처리를 위해 정의당 등 소수 정당에 유리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동의한 것이다. 해당 개편으로 위성정당이 공공연히 탄생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선거제 개편을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은 차갑다. 여야 의원들도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바쁘다. 여당 의원들은 “민주당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도농복합선거구제에 찬성할 리가 없다”고 하고 야당 의원들도 “소선거구제 폐지가 절대 국민의힘에 유리하지 않다”고 말한다. 기존 선거제도에서 대의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점을 여야 모두 수긍하면서도 정작 지역구 및 의석수 개편처럼 첨예한 이해관계에 잡혀 있는 상황이다.
여야가 바쁘게 주판알을 튕기는 사이 정작 투표권을 행사할 유권자들의 총의는 선거제 개편안 논의 과정에서 소외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최근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의원 정수 확대안을 검토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아 백지화했던 것은 민심과 겉도는 선거제 개편 논의의 실황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여야가 선거제도의 주인공은 유권자라는 점을 잊는다면 어떤 식으로 선거제를 개편하려 하더라도 국민적 지지를 얻기 힘들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