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를 받는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앞서 같은 당의 이재명 대표, 노웅래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연이어 부결시킨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국회는 30일 본회의를 열고 하 의원 체포동의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한 결과 재석 의원 281명 중 160명이 찬성해 가결됐다. 이날 반대는 99명, 기권은 22명이었다. 앞서 국민의힘 의원의 과반(58명)은 이미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서’에 서명하는 등 특권을 내려놓기로 한 상태였다.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 안건으로 올랐던 국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이른바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도 가결했다. K칩스법은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에 기업이 설비 투자할 경우 세액공제 비율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가 이날 본회의에서 하 의원 체포동의안을 가결한 것은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에 대한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를 의식한 듯 먼저 의원 체포동의안을 ‘가결’할 것을 당론으로 권고했다. 민주당도 이 대표가 지난 대선 당시부터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를 주장해온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이달 초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 이번 하 의원 체포안 가결과 상반된 것 아니냐는 여당의 지적을 받게 됐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번 표결 직후 “민주당은 대선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불체포특권을 포기한다고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을 국민들이 잘 보셨을 것”이라고 이 대표를 저격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 역시 “과거의 이재명은 숱하게 불체포특권을 포기한다고 약속했지만 지금의 이재명은 지난달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 ‘불체포특권’ 뒤에 숨었다”며 “과거와 지금의 이재명 중 누가 진짜인지 국민들은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K칩스법에 따라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은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경우 현행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확대된다. 혜택을 받는 국가전략기술 범위는 반도체·2차전지·백신 및 디스플레이, 수소·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미래형 이동 수단 등으로 법에 명시됐다. 올해에 한해 신성장, 원천 기술과 일반 기술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비율을 2∼6%포인트 상향하는 한편 투자 증가분의 10%를 추가로 공제하는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도 포함됐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민주당 주도로 안형환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부위원장) 후임에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추천하는 안이 가결됐다. 최 전 의원의 정치적 편향성을 문제 삼아온 국민의힘 의원들이 집단 퇴장하면서 표결은 야당 의원들만으로 이뤄졌다. 의사와 간호사 단체 등 직역 간 이해 충돌로 논란을 빚어온 간호법 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 등 6개 법안은 상정이 미뤄졌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다음 달 13일 본회의까지 정부와 직역단체 간 협의, 여야 간 조정을 당부한 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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