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청구서가 계속 날아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다음 달 8일로 설계 연한 40년이 끝나는 고리 2호기가 앞으로 2년 동안 가동을 멈춘다. 고리 2호기는 추가 정비를 통해 10년 이상 더 활용하는 것이 가능했으므로 늦어도 운영 만료 2년 전인 2021년 4월까지 계속 운전 신청이 이뤄졌다면 중단 없이 재가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 정부가 차일피일 미루다 대선 이후인 지난해 4월에야 운영 연장 신청을 한 탓에 필요한 절차 수행과 정비를 하지 못해 멈춰 서게 됐다. 절차를 최대한 단축해도 2025년 6월에나 재가동이 가능하다.
발전 비용이 저렴한 고리 2호기를 가동하지 못하면 값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늘려야 하므로 연 1조 5000억 원의 연료비 부담을 더 떠안게 된다는 것이 산업부의 추산이다. 고리 2호기의 2년 가동 중단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3조 원에 달하는 셈이다. 한국전력이 지난해 사상 최악인 32조 6034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는 등 부실의 늪에 빠진 것도 탈원전 정책 탓이 크다. 문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연료비가 폭등하는데도 원전 대신 LNG 발전 비중을 높여왔다. 더욱이 한전으로부터 10차례나 요금 인상 요청을 받고도 선거를 의식해 한 번만 승인했다. 문 정부가 제때 요금을 현실화하지 않으면서 고물가로 국민의 고통이 가중되는 와중에 또 전기·가스 요금을 대폭 올리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잘못된 정책의 후폭풍은 정책을 전환하는 차기 정부에서도 계속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늦었지만 다행인 것은 무리한 탈원전 대못으로 고사할 뻔했던 우리 원전 산업의 정상화 길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수력원자력과 두산에너빌리티는 29일 신한울 원전 3·4호기에 들어갈 2조 9000억 원 규모의 원자로 등 핵심 기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을 계기로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 원전 생태계가 하루빨리 복원되기를 기대한다. 윤석열 정부는 문 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탈원전이라는 낡은 이념에 매몰돼 국민 부담을 가중시키고 에너지 위기를 자초한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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