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변호사 시절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통화를 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김 전 처장이 동부건설 팀장으로 재직하던 때에 이 대표의 연락처를 알았고 이 대표에게 명절 선물을 보냈다는 증거도 제시됐다. 호주 출장 참석자도 이 대표와 편한 사람을 찾다가 김 전 처장이 ‘낙점’됐다는 게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증언이다. 유 전 본부장이 직접 증인으로 나서 진술하고 있는 데다 각종 증거까지 제시되면서 이 대표가 김 전 처장을 알고 친분이 있었는지에 대한 법정 ‘진실 공방’이 한층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유 전 본부장은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강규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에 대한 3차 공판에서 “2010년 3월 경기 성남시 분당 지역 신도시 리모델링 설명회에 이 대표와 김 전 처장이 참석했느냐”는 검찰 측의 질의에 “참석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또 “행사에 누가 오냐고 묻길래 이재명 씨가 온다고 했더니 (김 전 처장이) ‘나하고도 통화했다’는 말을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날 재판에서는 김 전 처장이 변호사 시절 이 대표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정황 증거도 공개됐다. 검찰은 2009년 8월 26일 김 전 처장이 이 대표의 연락처를 ‘이재명 변호사’로 저장한 휴대폰 기록을 공개했다. 당시는 김 전 처장이 사단법인 리모델링협회 간사이자 동부건설 리모델링 팀장이던 시절이다. 유 전 본부장은 또 2009년 8월 26일 성남정책연구원 주최로 열린 공동주택리모델링정책위원회에 이 대표, 김 전 처장 등이 참여했고 행사 자체가 소규모라 당시 두 사람이 연락처를 나누는 등 교류가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여기에 검찰은 또 같은 해 9월께 김 전 처장이 이 대표를 비롯해 유 전 본부장에게도 명절 선물을 보냈던 기록을 제시했다.
유 전 본부장은 “(김 전 처장이) 리모델링협회 간사여서 (이 대표가) 많은 것을 물어보는 과정에서 김 전 처장과 접촉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공동주택리모델링정책위원회가 작은 세미나라 (이 대표 등 참가자들이) 적극 소통하는 기회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 명절 선물에 대해서는 “김 전 처장이 (주변 사람을) 잘 챙기는 성격이라 보낸 것 같다”고 부연했다.
유 전 본부장은 호주 출장 당시 참석자가 바뀐 과정도 소개했다.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이 당시 ‘이 대표와 편한 사람으로 데리고 가라’고 요청해 참석자를 김 전 처장으로 바꾸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유 전 본부장은 출장 당시 세 사람(이 대표, 유 전 본부장, 김 전 처장)이 같은 자동차로 골프장으로 이동했다거나, 골프를 친 뒤 샌드위치를 먹으며 많은 대화를 나눴다는 일화도 공개했다. 또 김 전 처장으로부터 ‘이재명이 큰 참돔을 잡아 기뻐했다’고 들었다고 증언했다.
두 사람이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이 불거진 후 마주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 전 본부장은 의혹 초기만 해도 이 대표의 대장동 사업 연루성에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정권 교체 이후 재수사가 이뤄지자 태도를 바꿔 폭로성 발언을 쏟아냈다. 이날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를 ‘이재명 씨’로 지칭했다. 재판 출석길에서도 “거짓말 좀 안 했으면 좋겠다”며 이 대표를 향해 각을 세웠다. 반면 이 대표는 ‘유 전 본부장과 법정에서 처음 대면하는 데 대한 입장’이나 ‘호주 출장 때 김 전 처장과 요트를 탔다’는 유 전 본부장의 주장에 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다.
한편 이날 이 대표, 유 전 본부장이 법정에 출석하면서 지지자·비(非)지지자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일부는 ‘이재명 구속하라, 이재명 감방 찢재명 사형’ 등의 구호를 외쳤다. 특히 80대 남성 A 씨가 이 대표를 향해 계란 두 개를 던졌다가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A 씨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유튜버와 이 대표 지지자 등이 몰리며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유 전 본부장이 출석하는 과정에서는 일부 시민들이 그를 향해 “부끄럽게 살지 맙시다” “거짓말하지 맙시다”라고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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