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이 아닌 일반인이 운영하는 불법 ‘사무장 병원’이라고 해도 의사의 진료 업무는 보호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폭행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업무방해 부분을 무죄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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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난 2016년 12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서울 용산구의 한 병원을 여러 차례 찾아가 의사의 진료업무를 방해하고 사무장 병원 운영자 B씨 등을 폭행한 혐의다. 해당 병원에서 줄기세포 치료를 받아온 A씨는 줄기세포 치료연구회사 회장이기도 한 B씨에게 5억9000만원을 빌려줬다가 이를 받지 못하자 병원을 찾아가 출입구를 막고 소리를 지르는 등 행패를 부렸다.
1심은 A씨의 혐의 중 업무방해와 폭행 혐의를 인정해 벌금 25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폭행 혐의를 제외한 혐의에 대해서 모두 무죄로 판단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찾아간 병원이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자격이 없는 B씨가 만든 사무장 병원이므로 그곳에서 진료한 의사의 업무는 보호할 가치가 없다고 봤다.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려면 방해받은 업무가 ‘보호 대상인 업무’여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대법원은 사무장 병원의 개설·운영 행위와 그곳에서 일하는 의사의 진료 업무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무자격자가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행위는 업무방해죄의 보호 대상이 되는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도 “무자격자에 의해 개설된 의료기관에 고용된 의료인이 환자를 진료한다고 해서 그 진료 행위 또한 당연히 반사회성을 띠는 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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