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에서 발생한 40대 여성 납치·살해와 관련해 관할기관의 수장인 서울 수서경찰서장과 서울경찰청장이 다음날 아침 피해자가 살해될 때까지 보고를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되어 논란이 예상된다.
경찰은 3일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늑장보고 논란에 대해 “보고가 늦은 것은 사실이다”라며 “제3 기관이나 부서를 통해 보고가 늦은 경위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사안 자체가 복잡해 확인할 것이 많아 사안 자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며 감찰 착수 여부에 대해서 선을 그었다.
앞서 백남익 서울 수서경찰서장은 납치 다음 날인 30일 오전 7시께 첫 보고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납치 피의자들이 피해자를 살해하고 대전 대청댐 인근에 암매장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오전 6시께)보다 1시간 가량이 지난 시각이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문자를 통해 이날 오전 6시 55분께 첫 보고를 받고 오전 10시 이후 수서경찰서장으로부터 유선 보고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 지연 논란에도 경찰은 “초동 대응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수서경찰서는 지난달 31일 브리핑을 통해 “출동 지령을 받은 후 3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고, 현장 CCTV 등을 통해 범행에 대한 기초 사실관계 등을 파악했기 떄문에 초동 조치는 잘 됐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당초 경찰은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46분께 신고를 받고 3분 만인 11시 49분에 최고 출동 지령인 ‘코드 제로’를 발령했다. 수서경찰서 관할 지구대 경찰관들이 납치 현장인 역삼동 아파트 단지에 도착한 것은 11시 53분이었다.
그러나 CCTV 화질 문제로 납치 차량 특정에만 1시간이 소요됐고 납치 차량이 30일 0시 12분께 경부고속도로 서울요금소를 빠져나간 이후 0시56분께 수서경찰서 관내에만 해당 차량에 대한 수배가 내려졌다. 서울경찰청 관내와 전국 수배차량 시스템에 차량번호가 등록된 것은 각 01시05분께와 04시57분께다.
경찰 관계자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점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결과적으로 아쉬움이 남지만 수사 착수를 하지 않거나 게을리 한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추가 공범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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