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이 공무원의 휴식권 보장을 위해 도입된 ‘점심시간 휴무제도’를 확대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바쁜 시간을 쪼개 우체국을 찾았다 헛걸음한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지난 1일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전국 우체국 3335곳 중 점심시간 휴무제를 시행 중인 우체국은 1865곳에 달한다. 서울에서는 402곳 중 51곳에서 시행 중인데 이 중 30곳이 지난 1월부터 추가로 시행을 시작했다.
시간은 일반적으로 오후 12시부터 1시까지이나, 오후 12시30분부터 1시30분, 오후 11시30분부터 12시30분, 오후 1시부터 2시까지 등 지점 별로 탄력적으로 운영된다.
2016년 4월에 도입된 우체국 점심시간 휴무제는 2인 이하 우체국 등에서 시범 운행되다 2021년 7월부터 지방우정청장 책임 하에 지역, 근무 인원 등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다만 직장인 등 점심시간에 업무가 필요한 시민들은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일부 직장인들은 "그동안 점심시간을 이용해 겨우 우체국 등 관공서 업무를 봤다"며 "이제 업무 중에 눈치 봐서 빠져나오거나 휴가라도 내야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점심시간에 교대로 고객을 응대해 왔는데 직원들의 피로도가 높아진 측면이 있었다”며 “특히 우체국의 경우 도난 등 사고 발생 위험이 있어 이를 예방하기 위해 일괄 휴식에 들어가는 곳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까지는 평소처럼 점심시간에 업무를 보러 오시는 분들도 계속 있고 생소한 분들이 많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시행 이전에 행정 예고와 더불어 포털 사이트에도 점심시간 휴무 정보 제공을 업데이트하고 기관 별로 정보 제공 방식을 일원화하는 등 지속적으로 홍보를 위해 노력 중이다. 우체국 직원들의 근로 여건 개선을 위해 시행 중인 만큼 너른 이해 부탁 드린다”고 밝혔다.
“민원인 편의 위해 휴식권 빼앗겨…시간 지나면 나아질 것”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9조 등에는 공무원 점심시간을 12시부터 1시까지로 규정하고 있다. 그동안 지자체 민원 부서 등은 업무 특성에 따라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점심시간을 유동적으로 운영하며 교대 근무를 해왔지만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편하게 점심 먹는 게 어렵다는 불만이 계속 제기됐다.
이에 일부 지자체는 휴식권을 제대로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지자체장의 재량에 따라 점심시간 휴무제를 도입했다. 현재는 지자체장의 재량에 따라 할 수 있지만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으로 올해 4월 1일부터는 조례를 개정해야만 점심시간 휴무제를 할 수 있다.
일부 공무원들은 “그간 민원인 편의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법에서 보장하는 휴식권을 빼앗겼다”며 “무인 민원 발급기나 인터넷을 이용해 비대면으로 처리할 수 있는 업무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초기에 혼란이 있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 여론에 시행 보류 사례도…"시기상조"
반대 목소리도 크다. 일부 민원인들은 “무인 민원 발급기 등이 있다고는 하지만, 노인들은 어떻게 하나”라며 “노인이 많은 시골 지역에서는 시기상조”라고 했다. 인감증명서 등 비대면으로 처리할 수 없는 민원 업무가 있다는 것도 문제다.
이에 제도 도입을 검토하다 중단한 지자체도 있다. 대구 지역 8개 구·군은 당초 4월부터 9월까지 점심시간 휴무제를 시범 실시한 뒤 10월에 지속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대구 구청장·군수협의회는 지난달 21일 회의를 열고 반대 여론을 고려해 점심시간 휴무제 시행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전국공무원노조 대구지역본부는 "점심시간 휴무제의 진정한 취지를 알고 있기는 한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동료들과 분리되는 1시간 동안 혹시나 악성민원, 폭력민원에 노출될까 하는 불안감에 떨지 않고 밥 한끼 마음 편하게 먹고 싶은 것"이라며 반발했다.
반대로 점심시간 휴무제가 자리를 잡은 곳도 있다. 전북 남원시는 2021년 1월부터 읍·면 지역부터 시작해 지난해 7월에는 전 지역으로 확대했다. 무인 민원 발급기를 빠르게 보급하고 고령층에게 사용법을 안내해주면서 혼란을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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