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40대 여성을 납치·살해한 사건에 대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들이 대담하게 범행을 저지른 것에 대해 “절박하게 피해자를 납치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강남 한복판에서 어떻게 저런 대담한 범행을 벌일 수 있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CCTV도 많고 보안이 철저한 지역이다 보니, 뜻한 바를 쉽게 이루기 어려워서 두세 달 정도 미행을 했던 것 같다. 결국 목격자가 있음에도 그와 같은 일을 저질렀다는 건데 그만큼 절박하게 이 피해자를 납치할 수밖에 없는, 지금 꼭 이루어야 하는 사정이 있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피해자와 납치범들 사이에 전혀 안면이 없고 빈틈을 노리기 어려운 관계”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청부를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일반적으로 청부는 시한을 주고 금전거래도 이뤄지기 때문에 ‘왜 시행하지 않느냐’는 재촉을 받는 등의 사정이 있지 않았을까 의심되는 정황”이라고 했다.
또 이 교수는 범행에 사용된 차량 벨로스터에 대해 “그 차량의 특수성이 틀림없이 존재하기 때문에 고속도로에서 이런 차량을 추적하려고 하면 그렇게 어렵지 않게 포착할 수 있었을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피의자 신상 공개 논의와 관련해서는 “3명의 신상을 모두 공개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계획범죄로 볼 수 밖에 없다”며 “불특정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 사건하고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 지역에 있는 주민들은 절대 불안해하지 마시라”라며 “이 사건은 어떤 특정한 관계에 의해서 일어난 거라 일반 시민들이 위험에 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사건은 앞서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46분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발생했다. 피의자 이모(35)·황모(36)·연모(30)씨는 피해자 A씨를 납치한 뒤 이튿날 대전에서 살해하고, 대전 대청댐 인근 야산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지난달 31일 체포됐다. 이씨 등은 금전 목적으로 2~3개월 전부터 피해자를 미행하며 범행을 준비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가 피해자를 범행 대상으로 지목해 황씨에게 제안했고, 황씨가 “채무 3600만원을 갚아주겠다”며 연씨를 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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