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 불안이 고조되는 와중에 국내에서도 금융권 연체율이 빠르게 치솟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주요 은행의 신규 연체율은 지난해 상반기 평균 0.04%에서 올 2월에는 0.09%로 뛰었다. 지난해 11월부터는 연체율이 매달 0.01%포인트씩 오르고 있다. 중·저신용 고객이 상대적으로 많은 저축은행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체 79곳 저축은행의 총연체율은 1년 전보다 0.9%포인트 치솟은 3.4%다. 자산 규모 상위권인 일부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5%에 육박한다. 자영업자 대출 규모가 지난해 4분기 1019조 8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점도 금융 부실화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특히 자영업 대출자의 56.4%인 173만 명은 3개 이상 대출을 끌어 쓰는 다중 채무자이다. 빚을 더 내기도 어려운 한계 차주들의 대출금 720조 3000억 원은 금리가 조금만 더 올라도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이다.
경기 침체로 대출 상환 여력은 떨어지는데 대출금리가 올라 갚을 돈이 불어나면 연체율이 치솟고 잠재적 부실 리스크가 커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여신 건전도가 ‘고정’ 이하인 잠재적 부실 여신은 5대 시중은행 평균 0.27%로 상승 추세다. 그나마 지금은 정부가 코로나19 대책으로 각종 대출에 대한 만기 연장, 상환 유예 조치를 가동해서 이 정도다.
해외 금융 리스크가 국내로 전이될 경우 도미노 부실 우려에 불이 붙어 ‘뱅크런’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은행 건전성을 높이고 작은 불안 요소도 놓치지 않도록 면밀한 모니터링 체계를 갖춰야 한다. 정부와 금융권은 부실 폭탄이 터지지 않도록 선제적 점검을 통해 옥석 가리기를 해야 한다. 좀비 기업들에 대한 구조 조정을 추진하되 우량 기업들까지 일시적 자금난으로 무더기 흑자 도산하는 사태를 맞지 않도록 방파제를 높이 쌓아야 한다. 위기 시 유동성 지원 등으로 신속히 대처할 수 있도록 만반의 비상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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