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로 산불 발생이 점점 잦아지는 가운데 산불로 인한 피해도 지난해까지 5년간 약 27배 폭증하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산불로 산림이 훼손된 면적은 7500만 평에 달했다. 이는 서울 여의도 면적의 85배를 넘는 수치다.
식목일을 하루 앞둔 4일 산림청에 따르면 산불 발생 빈도는 최근 점점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산불 발생 건수는 756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2018년(496건)과 비교하면 5년 새 약 53% 급증한 것이다.
산불은 올해도 이달 4일까지 381건 발생하면서 단 3개월 만에 지난해의 절반에 도달했다. 2021년(349건) 수치는 이미 훌쩍 뛰어넘었다. 연일 건조한 날씨가 이어진 봄철에는 하루 동안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만 35건에 달한 날도 있었다. 식목일 직전인 이날에도 16건 이상의 산불이 발생했다.
피해 면적 역시 매년 커지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2018년 산불로 인한 산림 훼손 면적은 894㏊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2672% 폭증해 2만 4782㏊에 달했다. 올 들어서도 이미 824㏊가 잿더미로 변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기후위기를 지목한다. 봄철 이상 고온, 가뭄 장기화, 건조한 대기 등 기후변화로 산불이 매년 빈번해지고 규모도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온도 상승으로 대기 습도가 낮아지고 건조한 날씨가 확대, 강화되면서 작은 불씨도 큰불로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도 이런 변화를 예측해 대응 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시는 2020년 ‘신종 대형 도시 재난 전망과 정책 방향’ 보고서를 통해 과거에도 발생한 적이 있고 장래에도 위험이 지속되거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재난으로 ‘산불’을 지목했다. 보고서는 산불에 대해 “도시 공간과 기후변화 등 여건이 바뀌면서 앞으로도 위험이 더욱 늘어날 수 있는 재난 유형”이라며 “과거 발생 사례가 비교적 많고 장래에도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일종의 ‘회색 코뿔소’ 속성을 갖고 있다”고 경고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일부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산불이 일파만파로 번지는 와중에 대책 마련은커녕 음주나 골프 연습을 즐겼던 것으로 드러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지난달 31일 오후 5시 30분께 홍천에서 산불 진화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춘천의 한 골프 연습장을 방문해 30여 분간 골프를 친 것으로 확인됐다. 김영환 충북도지사도 지난달 30일 오후 1시께 제천시 봉양읍 봉황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완전히 진압되지 않은 상황에서 충주의 한 음식점을 찾아 술자리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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