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의학으로는 완치가 어려워 쉽사리 약을 끊기 어려웠던 소아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의 재발을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이 발견됐다.
김미진·최연호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연구팀은 소아 염증성 장질환 환자가 초기부터 생물학 제제를 충분히 사용해 증상이 없는 관해(寬解) 상태에 도달했을 때 면역기능에 관여하는 '단핵구 비율'이 약물 중단 후 질병 재발의 지표가 될 수 있다고 5일 밝혔다.
염증성 잘질환은 소화기관에 원인 불명의 염증이 생겨 복통, 설사, 혈변, 체중감소 등의 증상이 수개월간 지속되는 병이다. 염증 발생 부위에 따라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등으로 나뉘는데 19세 이하 소아청소년이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 크론병을 앓고 있는 가수 겸 프로듀서 윤종신 역시 "(크론병을) 30대 후반에 발견했지만 중학교 때부터 원인 모를 설사, 복통에 시달렸다"고 고백한 바 있다.
연구팀은 2003~2021년 삼성서울병원에서 염증성 장질환으로 진단받은 19세 이하 환자 727명을 분석한 결과 약을 끊을 당시 △단핵구 백분율 △단핵구/다형성 백혈구(PMN) 비율이 재발 위험요인임을 확인했다. 단핵구는 염증성 장질환의 면역반응에서 상부의 염증 과정에 관여한다.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인 염증성 장질환은 점막치유를 이룬 깊은 관해(deep remission) 상태에 도달한 것을 확인하고 생물학 제제를 중단하더라도 재발하는 경우가 많아 쉽사리 약을 끊기 어려웠다.
이번 연구를 통해 생물학 제제 중단 후 단핵구 비율이 질병 재발의 예측 인자로 작용할 수 있다는 중요한 과학적 근거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특히 혈액 내 단핵구 비율이 8.15%를 초과하면 환자의 증상 완화와 무관하게 6개월 이내에 재발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2018년에도 생물학 제제인 ‘인플릭시맵의 혈중 농도가 낮을수록 약물중단 후 재발 위험이 낮다’는 연구 결과를 보고한 바 있다.
김미진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은 재발 우려 때문에 쉽사리 약을 끊기 어려운데 복용 기간이 길수록 약물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커 치료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이번 연구가 가까운 미래에 염증성 장질환 완치에 도전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면역학 분야 국제 학술지 '프론티어즈 인 이뮤놀로지'(Frontiers in Immunology) 최근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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