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업체를 향한 중국의 역습(strikes back).”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당국이 미국 메모리반도체 업체 마이크론테크놀로지를 조사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며 4일(현지 시간) 이같이 보도했다. 이는 미국이 반도체지원법,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데 따른 대응으로 해석된다. 애꿎은 미국 기업들만 피해를 보는 셈이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산하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CAC)은 지난달 31일 마이크론이 중국에서 판매하는 제품에 대해 인터넷 안보 심사를 실시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 내 정보 인프라를 공급하는 망을 보안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 CAC 측의 주장이다. 리서치 업체 오미다의 후이헤 중국반도체 연구책임자는 NYT에 “마이크론이 2년간 중국 비중을 줄여온 데 대해 정부가 매우 분명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은 물론 미국 정부를 향해서도 일종의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마이크론은 상하이 반도체설계센터와 베이징·선전 등지에서 직원 약 3000명을 고용 중이다. 하지만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이 심해지면서 중국 내 사업 비중을 줄여 지난해 말 기준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1%까지 축소됐다.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는 와중에 중국이 미국 기업들의 인수합병(M&A) 승인을 신무기로 쓰는 정황도 발견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반독점 당국이 인수가 52억 달러(약 6조 8000억 원)인 인텔의 이스라엘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타워세미컨덕터 인수,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의 610억 달러 규모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 VM웨어 인수,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게임 업체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 등의 심사를 늦췄다고 전했다. WSJ는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이 일부 미국 기업에 M&A 승인의 전제 조건으로 다른 국가에 판매하는 상품을 중국에도 팔도록 요청하거나 중국 기업에 이득이 될 만한 조건을 내걸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재무부는 최근 국영 기업에 PwC·딜로이트·KPMG·EY 등 글로벌 4대 회계법인과의 계약을 중단하고 자국 업체로 대체하라는 비공식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더가디언은 “검증되지 않은 회계법인을 기용함으로써 중국 국영기업들이 해외투자를 유치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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