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BMW와 미국 스텔란티스가 일본 파나소닉과 북미 지역에 배터리 공장을 세우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의 보조금 지급 대상에 막판 합류한 일본의 북미 배터리 시장 공략이 가속화하는 분위기다.
4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BMW와 스텔란티스가 파나소닉과 북미 배터리 공장을 짓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파나소닉은 세계 최초로 원통형 리튬이온 배터리를 개발한 일본 대표 배터리 회사다. 중국 CATL 등 여러 배터리 업체를 납품처로 둔 테슬라가 미국에서는 파나소닉의 원통형 배터리만 고집할 만큼 경쟁력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에는 ‘4680(직경 46㎜·길이 80㎜) 배터리’와 같이 사이즈가 큰 배터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WSJ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저가형 전기차의 선결과제로 크기가 큰 원통형 배터리를 꼽은 가운데 파나소닉의 배터리가 스텔란티스, BMW 등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BMW는 배터리 공장 6개를 새로 짓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중국·유럽 공장 건설에는 중국 CATL과 이브 에너지와 협력하기로 한 상태다. 다만 IRA와 미중 갈등으로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들의 미국 내 사업에 제약이 커기자 대안 모색에 나선 분위기다. 특히 BMW가 2025년 이후 출시하는 전기차에 대형 원통형 배터리를 사용하기로 한 점도 파나소닉 쪽으로 기우는 계기가 됐다.
스텔란티스 역시 파나소닉과의 협력을 저울질하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한국 업체들과 합작 법인을 세워 캐나다 등지에 배터리 공장을 짓는 중이다. 세 번째 배터리 공장 설립 파트너로 파나소닉을 염두에 두고 현재 초기 단계의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파나소닉은 전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 7%로 4위에 머물고 있다. 자국 시장을 등에 업은 중국 CATL이 37%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LG에너지솔루션이 14%로 그 뒤를 이었다.
한편 일본은 지난 달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IRA 세부지침 발표를 불과 며칠 앞두고 미국과 핵심광물 협정을 체결하며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될 위기에서 가까스로 벗어났다. IRA에 따르면 전기차 부품의 50% 이상을 북미에서 제조 또는 조립하고,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 가운데 40% 이상을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가공하는 경우에만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일본이 광물 협정으로 IRA의 수혜를 받게 되면서 한국과 중국 배터리 기업들에 밀리던 파나소닉이 부활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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