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의도하는 형상의 디자인은 모든 것을 담기에 적절하지 않습니다. 건축물은 건축가의 창조적인 결과물인 동시에 현재와 미래의 무한한 가능성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네이버 제2사옥 ‘1784’의 설계를 총괄한 이주병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팀장은 좋은 건축물에 대한 생각을 묻자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는 “좋은 건축물이란 순수하게 비워져 있으나 새로 무엇인가를 담기에 부족함이 없도록 준비된 기능을 녹여낸 공간 플랫폼”이라며 “1784가 그러한 공간 플랫폼이 되기를 간절히 원했고 그렇게 완성됐다. 미래 건축을 위한 새로운 장을 여는 건축물로 평가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가 몸담고 있는 삼우는 삼성물산의 자회사로 네이버 제1사옥뿐 아니라 다양한 기업들의 사옥들을 설계해 왔다. 이 팀장은 사옥을 설계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을 사용자로 꼽았다. 이 팀장은 “사용자는 직접 사용자와 간접 사용자로 구분할 수 있다. 직접 사용자는 기업의 임직원과 사옥 운영자이고, 간접 사용자는 이웃과 파트너, 기업의 고객으로 분류된다”며 “각각의 사용자가 기업의 사옥이라는 상품, 브랜드를 사용할 때 느끼게 되는 편리함·영감 등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삼우의 주요 목표이고 건축의 기획·설계·시공·운영의 전 과정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통은 지나쳐 버리기 쉬운 작고 다양한 디테일을 통해서 임직원의 생산성이 향상되고 성공을 위한 비전을 만든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1784가 대중에게 소개된 후 다양한 기업들로부터 1784와 같은 스마트·그린 오피스의 설계를 요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삼우는 ‘미래 공간 플랫폼’이라는 스마트X그린 건축을 위한 다양한 모듈화 기술 솔루션을 개발 중에 있다”며 “시제품 개발과 실증 테스트 후 1784와 유사한, 1784보다 발전된 다양한 타입의 공간 플랫폼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설계 단계에서 시공자와 운영자의 안전도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팀장은 “디자인과 설계 측면에서는 하나의 선이지만 시공자나 운영자에게는 위험한 작업을 수반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설계 단계에서 이러한 부분을 생각하고 보다 안전한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고려하는 것이 건축가의 또다른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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