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을 하루 앞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6일 “지금 정치권, 특히 야권에서 횡행하는 팬덤정치는 ‘현대판 폭민정치’”라며 “정치권은 당리당략에 따른 와각지쟁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와각지쟁(蝸角之爭)은 ‘달팽이 뿔 위에서 싸운다’는 뜻으로 사소한 일로 아무 실익 없이 다툰다는 의미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퇴임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정치가 팬덤정치의 유혹을 떨쳐내고 민주적 건강성을 회복할 때만 신뢰와 협치의 정치가 가능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수십년에 걸친 극단적 진영정치가 당장 끝날 기미 보이지 않는다”며 “그리스 아테네의 민주주의 몰락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아무런 자기 절제 없이 대중 선동에 의해 숫자의 힘에 의지하면서 폭민정치로 멸망했다”고 경고했다.
주 원내대표는 북핵, 산업구조 재편, 초저출산 등의 위기와 마주한 현 대한민국이 “세기적 전환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하면서 “정치권 전체가 손을 맞잡고 국민을 이끌지 않으면 폭풍우를 헤쳐나갈 도리가 없다”고 자성을 촉구했다.
의석수를 앞세워 법안 강행을 일삼은 더불어민주당의 행태를 두고 선 “민주주의의 성숙도를 급전직하로 후퇴시켰다”고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여소야대 상황에서 공수가 교대되는 정권 초 1년은 ‘초극한 직업’이라 할 만큼 고충이 많았다”며 “압도적인 다수 의석을 무기로 사실상 대선 결과에 불복하면서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는 데만 골몰하면서 어려움은 가중됐다”고 토로했다. 특히 민주당이 위장 탈당을 통해 안건조정위원회 제도를 무력화 한 것을 두고선 “국회선진화법이 규정한 절차적 민주주의를 형해화했다”고 질타했다.
차기 원내지도부에게 △당내 화합 △무한 책임 기조 아래 집권 여당으로의 국정과제 뒷받침 △총선 승리에 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의원들 간 화합과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며 “내년 총선에서 승리해야만 여소야대 상황을 극복하고 우리의 국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임기 중 성과로 △윤석열 정부 집권 첫해 예산안의 연내 합의 처리 △10·29 참사 국정조사를 여야 합의 종료 등을 꼽았다.
지난해 9월 19일 취임한 주 원내대표는 7일 새 원내대표 선출과 함께 임기가 종료된다.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는 4선의 김학용 의원, 3선의 윤재옥 의원이 경합을 벌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