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연예인의 팬사인회 장소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져 나가며 수많은 인파가 ‘T자형’ 좁은 골목길에 갑작스럽게 몰려드는 상황.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군중이 떠밀리는 ‘군중 유체화' 현상이 발생하고 압사 사고의 위험성을 알리는 112신고가 빗발치며 위기감이 극에 달했다.
신고 접수를 받은 112상황실장은 다급하게 가용 지역 경찰을 현장에 급파한다. 보고를 받은 경찰서장과 시도경찰청은 경찰특공대, 소방구급차, 인파안전관리차 등을 총출동시켰다.
경찰청은 6일 오후 3시부터 서울 중구 서울청 기동본부에서 10·26 이태원 참사 등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인파관리 시범훈련을 선보였다. 이날 훈련은 군중밀집과 군중유체화, 군중충돌 등 인파밀집도 증가에 따라 단계별로 진행됐다.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교통경찰들은 원거리에서 차량 진입을 막고 인파가 밀집된 장소 주변의 차량 흐름을 원활하게 만들었다.
현장 지휘관은 인파안전관리차에 탑승해 확성기로 군중 해산을 유도하고 LED 조명에는 일방통행 문구가 표시됐다.
출동한 기동대원들은 빨간색 경광봉을 흔들며 각 골목길 입구에 배치돼 인파의 추가 진입을 사전에 차단하고 밀집도를 낮추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길이 6m, 높이 1.2m, 폭 55m의 접이식 폴리스라인이 각 골목 입구마다 펼쳐지며 인파의 추가 유입을 막아서는 벽이 됐다. 초동대처에도 출동한 경찰은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112상황실장에게 이를 보고했다. 112상황실장은 지하철 관계자에게 지하철 무정차 통과를 요청했다.
지휘차량에서 현장 상황을 지켜보던 경찰서장은 방송만으로 군중 해산이 어렵다고 판단한 뒤 군중을 강제로 떼어내고 건물 옥상에 경찰특공대 투입을 지시했다. 검은색 복장을 한 경찰특공대원들이 인파가 밀집된 ‘T자형’ 골목길 좌우 건물 옥상에서 그물망과 줄사다리 등을 이용해 사상자들을 끌어 올렸다.
경찰은 골절, 타박상 등을 입은 6명의 부상자에 대한 구급조치를 한 뒤 구급차가 신속하게 병원으로 이송될 수 있도록 차로를 확보했다.
경찰특공대와 12개 경찰부대 등은 이 같은 인파관리 집중훈련을 통해 인파사고 우려 상황에서 필요한 현장조치 기동훈련을 체득했다. 이날 훈련을 참관한 학계 등 외부 전문가의 조언을 토대로 경찰은 훈련 내용을 지속 보완·발전시켜 전 시·도청 경찰부대 교육과 훈련을 반기에 1회 실시할 계획이다.
경찰은 새로운 형태의 중대 재난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발생 가능성이 크거나 체계적 대응이 필요한 신종·복합재난을 발굴하는 한편 행정안전부 및 소방청 등과 함께 합동훈련도 진행한다.
훈련을 참관한 조지호 경찰청 차장은 “그동안 이태원 참사 이후 경찰의 미흡한 조치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라며 “경찰이 어떻게 인파관리를 해야할 것인지 준비를 해 온 만큼 시범훈련을 하게됐고 앞으로 보완할 점이 있으면 조치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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