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감독 이송희일)는 1983년 학생 운동에 앞장선 동지이자 비밀 연인 사이였던 제비(윤박)와 은숙(장희령), 그리고 은숙을 사랑하기에 잘못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의문의 남성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영화는 그로부터 40년 후, 은숙의 아들 호연(우지현)이 시니컬한 태도로 삶을 살아가는 모습부터 시작된다. 호연은 항상 일에 쫓기며 아내 은미(박소진)와도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며 불화를 일으키고 결국 이혼 수속을 밟는다. "이혼할 시간도 없다"고 말하는 은미의 말에서 호연이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가 담겨있다.
호연은 엄마에 대해서도 무관심하다. 발등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녀 '땀띠'라는 별명이 붙은 은숙의 과거를 들을 새도 없이 그저 "과거에 매여 산다"고 이야기할 뿐이다. 그러던 중 그는 엄마의 출판 기념회 장소에 뒤늦게 가게 되고 은숙의 신간을 받게 된다. 엄마의 책을 항상 '바쁘다'는 핑계로 보지 않았던 호연은 지금에서야 천천히 펼쳐본다.
책 속에는 엄마의 과거가 생생히 놓여져 있었다. 누구보다도 혼란했던 1980년대의 독재 정권 시대, 은숙을 비롯한 학생들은 치열하게 싸웠다. 특히 아이를 가진 것을 알게 된 은숙은 개인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희생된 친구들을 위해, 나아가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익이 되는 행동이라고는 전혀 하지 않았던 은숙, 반면 모든 행동을 이익을 기준으로 결정하는 호연의 모습은 대비를 이룬다. 모자관계에서 보이는 대조적인 모습은 실제 대한민국 현대사회에서도 느껴지는 세대의 격차로도 다가온다. 시간의 흐름이 만들어낸 어쩔 수 없는 풍경이지만 그러기에 더욱 구슬프다.
또한 '제비'가 가지고 있는 드라마적 서사가 주는 울림은 강렬하다. 역사적 배경에서 벌어진 소용돌이에 얽힌 세 청춘의 이야기는 중후반부에 이르러서 큰 반전을 건넨다. 숨겨졌던 과거의 비밀과 그로 인한 균열이 오히려 깨달음과 화합으로 이어지는 결말은 형용할 수 없는 파장을 관객들의 마음에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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