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고에도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미국에서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을 만나자 중국이 잇따라 보복에 나섰다. 대만의 주미대사 격인 샤오메이친(사진) 주미 대만대표에게 “평생 책임을 묻겠다”고 직격탄을 날린 데 이어 차이 총통과 매카시 의장의 만남 장소를 제공한 도서관까지 제재했다. 반면 미군은 중국의 항공모함인 산둥함의 대만 인근 훈련에 대응해 핵추진항공모함 니미츠함까지 인근에 급파하면서 대만을 둘러싼 미중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7일 중국 공산당 중앙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샤오 대표를 ‘완고한 대만 독립 분자’로 칭하고 샤오 대표와 그 가족의 중국 본토, 홍콩, 마카오 입국을 금지했다. 중국은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했을 때도 샤오 대표를 제재한 바 있다. 중국 측은 샤오 대표와 관련된 기업이 중국 조직, 개인과 협력하는 것도 금지하고 기타 필요한 모든 징계 조치를 취해 법에 따라 평생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번 제재는 중국이 차이 총통과 매카시 의장의 회동과 관련해 공식 발표한 첫 대응 조치로 평가된다. 6일 중국 외교부·국방부 등 5개 기관은 “결연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이날 중국은 미국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했다. 중국 외교부는 ‘반외국제재법’에 근거해 차이 총통에게 상을 수여하고 연설 기회를 제공한 허드슨연구소와 차이 총통과 매카시 의장의 회동 장소를 제공한 로널드레이건대통령도서관을 제재하겠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두 기관에 대해 중국 내 대학, 기관, 기타 조직 및 개인과의 거래·교류·협력을 엄격히 제한한다고 밝혔다. 또 사라 메이 스턴 허드슨연구소 회장과 도서관을 운영하는 레이건재단 관계자 4명에 대해 중국 입국 불허, 중국 내 재산 동결, 중국 내 조직·개인과의 거래·협력 활동 금지 등의 조치를 가했다.
이런 가운데 미중 간 군사적 긴장감도 감돌고 있다. 7일 중국시보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추궈정 대만 국방부장(장관)은 전날 입법원(국회)에서 “미국 핵추진항공모함 니미츠함이 대만 동부 약 400해리(약 740㎞) 지점에 있다”고 전했다. 그는 “미 항모의 출현이 중국군 항모인 산둥함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다소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앞서 5일 중국 산둥함 전단은 대만과 필리핀 사이의 바시해협을 통과한 후 대만 동남부 해역을 거쳐 서태평양에서 처음 항행 훈련을 실시했다. 추 부장은 현재 산둥함이 대만 최남단인 어롼비 동쪽 200해리(약 370㎞) 떨어진 지점에 있으며 아직 탑재 항공기의 이착륙 훈련이 포착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차이 총통과 대만 전·현직 총통 중 처음으로 중국을 찾은 마잉주 전 총통이 7일 나란히 귀국하면서 향후 중국의 대응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만나 “누군가가 중국이 대만 문제에서 타협하고 양보하기를 바란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망상이며 돌로 자기 발등을 찍는 일이 될 뿐”이라고 발언했다는 점에서 중국군이 대만해협에서 군사훈련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시 주석 집권 3기 초반이므로 경제에 집중하기 위해 수위를 조절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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