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건물관리자 허락 없이 건물 내에서 음주 측정을 요구한 경우 이를 거부해도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A씨의 도로교통법상 무면허 운전을 유죄, 음주 측정 거부를 무죄로 판단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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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A씨는 2021년 4월17일 충북 옥천군의 한 식당에서 나와 300m 가량 차량을 운행한 혐의다. 음주운전이 의심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안마시술소에 있던 A씨를 상대로 음주 측정을 요구했으나 A씨는 이를 거부했다. 이후 A씨는 무면허 운전과 음주 측정 거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 2심은 경찰의 음주 측정 요구가 위법하게 이뤄졌다며 이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다. 경찰관들이 안마시술소 건물 관리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A씨에게 음주 측정을 요구했는데, 이는 위법한 수색이라는 취지다.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들은 '안마시술소 관계자가 고개를 끄덕이고 손으로 A씨가 있는 방을 가리키며 사실상 수색에 동의했다'고 주장했지만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술에 취한 채 운전했다고 인정할 만한 이유가 있다 해도 경찰 공무원들의 위법한 음주 측정 요구에까지 응할 의무가 있다고 보고 이를 강제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이에 불응했다고 음주 측정 거부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에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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