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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다방] 꼴찌 팀의 반란? 농구 영화에 '리바운드'가 있다면 야구는 역시

[리뷰] 야구 영화가 인생에 닿는 방식

2011년 실화 배경 '머니볼', 브래드 피트 주연

직접 맛보고 추천하는 향긋한 작품 한 잔! 세상의 OTT 다 보고 싶은 'OTT다방'








사랑받는 꼴찌의 이야기가 최근 극장가에 퍼지고 있다. 지난 5일 개봉한 영화 ‘리바운드’(장항준 감독)가 한 농구부의 실화를 생생하게 풀어내 몰입감을 더했다는 호평을 받으며 7만 관객을 돌파해 박스오피스 2위를 달리고 있다. 해체 위기에 놓인 부산중앙고 농구부가 강팀과의 설욕 끝에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이 밖에도 극장가에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흥행에 그 뒤를 잇는 스포츠 영화들이 열풍이다. 같은 날 개봉해 박스오피스 3위를 기록 중인 ‘에어’(벤 애플렉)와 오는 26일 개봉 예정인 ‘드림’(이병헌 감독) 역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스포츠팀 최약체의 성장 서사가 어찌 보면 한 사람 인생의 굴곡과도 맞닿아 보인다. 스포츠 영화의 핵심 중 하나다. 이런 핵심을 클래식하게 관통하며 인생에의 은유를 깊이 있게 전하는 영화가 있다. 미국 프로야구 구단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20연승 실화를 바탕으로 극적인 전개를 펼치는 2011년 영화 ‘머니볼’(베넷 밀러 감독)의 이야기다.

최하위 구단 애슬레틱스 팀의 새 시즌에는 희망이 없어 보인다. 모두가 실패를 예측하며 도전을 나무라고, 돈으로 유명 선수를 사고파는 영입 시스템에서 유망 팀과의 격차는 극대화되기만 하는 듯하다. 구단의 인재 영입 회의에는 양보 형식의 말들이 오간다.

“실력이 부족할지언정 타석에 400번만 서면 좋아질 거야”, “그 선수는 커브 볼이 별로지만…” 운영비 부족 탓에 영입할 수 있는 선수가 한정돼 있기에 늘어지는 회의 내용이다. 경기장 뒤편의 이러한 운영 체계는 언뜻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과 닮아 거대한 비유로 다가오기도 한다. 주인공 빌리는 단장으로서 개혁을 시도해 보지만, 야구단 운영 방식이 세상의 굴레와 닮아 있어서 그런지 그의 열정을 흔쾌히 지지해 주는 이 없이 외롭게 서 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새로운 발돋움은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된다. 빌리는 선수를 영입하러 간 구단 건물의 지하주차장에서 피터를 새롭게 영입한다. 선수가 아닌 구단 운영에 있어 데이터를 분석하는 담당이다. 피터는 야구에 전문성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경제학과 출신의 사회 초년생이지만, 남들이 보지 않는 것을 보며 새로운 판단을 꺼낼 줄 아는 인물이다. 둘의 만남에는 남들이 택하는 대로 무턱대고 따라가지 않는 자신만의 기준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대화가 들린다. 야구 선수를 스타로 보는 것을 관두고 가능성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뜻을 담은 피터의 말은 새로운 시선의 힘을 일러준다.



‘머니볼’에는 곳곳에서 사람이 보인다. 저마다의 자리에서 분투하는 사람들을 보여주는 풍경을 영화가 그려내기 때문이다. 극의 핵심 전개인 선수 영입 과정에는 주인공인 빌리와 조력자 피터도 보이지만 그 너머에 전화를 넘겨주는 비서 사무원이 끊임없이 일하고 있다. 중간중간 빌리와 피터에게 계약 해지 당하는 선수의 표정과 가족들도 지나간다. 무엇이 제일 무섭냐는 질문에 공을 치고 진루하는 게 가장 무섭다고 답하는 야구선수가 있고, 기타 치며 노래하는 건 재밌지만 사람들이 이를 듣는 건 싫다는 딸의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뒤이어 딸은 아빠 혼자서만 들으라고 녹음한 CD 속에서 다양하게 흘러가는 인생을 그저 쇼처럼 즐기라고 노래한다.



“자신이 평생 해온 경기에 대해 우린 놀랄 만큼 무지하다” 미키 맨틀의 명언으로 시작한 영화의 메시지는 마지막 고민에 휩싸인 빌리에게 피터가 보여주는 한 동영상과 맞닿아 읽힌다. 영상 속 엉뚱한 선수의 모습은 영화 전체의 의미와 결을 같이 한다. 빌리의 영상이 전하고자 하는 바는 자신이 친 공의 정체도 모른 채 주눅 든 일상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건네는 위로이자 용기의 시작일 테다.

극에 몰입할수록 오합지졸이었던 최약체 구단 애슬레틱스 팀에 마음이 쓰이는 이유는 영화 속 인물들이 특별하기만 한 영웅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아서다. 주인공 빌리의 전사가 때로는 우울에 빠진 가족의 이야기와 닮아있기도 하고, 엉겁결에 홈런을 치는 선수의 모습에서 응원하고 싶은 친구가 떠오르기도 한다. 그러다 결국 영화를 보는 각자의 자신을 발견할 수 있게끔 영화는 말을 건넨다. 각각의 경기들은 극 전체에 걸쳐 사람이 일구는 인생을 표현한다.

“이래서 야구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어”라는 대사는 영화를 마치고 나면 비로소 그 한 마디가 ‘이래서 인생을, 가족을, 꿈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바꾸어 말할 수 있는 비유적 대사임을 알게 한다. 차마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무언가를 대하는 뜨거운 삶의 태도에 관한 이야기다. 물론, 모든 이야기가 야구의 언어로 이루어지기에 가슴 깊이 전달된다.

◆시식평 : 아직 타석에 머물러있는 사람들에게, 브래드 피트의 옆얼굴이 전하는 용기

+요약


제목 : 머니볼(2011)

감독 : 베넷 밀러

출연 : 브래드 피트, 조나 힐

장르 : 드라마

개봉 : 2011년 11월 17일

러닝타임 : 133분

볼 수 있는 곳 : 왓챠,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시리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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