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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깊어진 반도체 불황…경기순환론 벗어나 경쟁력 강화 서둘러라


혹독한 반도체 불황으로 1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한 삼성전자가 결국 메모리 반도체 감산을 공식화했다. 1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5.75%나 줄어든 6000억 원에 그치며 14년 만에 최악의 실적을 내자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바꾼 것이다. 세계 1위 메모리 업체인 삼성의 감산 결정은 그만큼 반도체 경기 침체의 골이 깊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업 부문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삼성의 반도체 부문 적자는 4조 원대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충격적인 실적 부진은 세계 경기 둔화에 따른 반도체 수요 감소 탓이 크다. 2분기에도 상황은 당장 나아질 것 같지 않지만 삼성의 감산으로 반도체 가격 내림세가 진정되고 업황 반등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기대감은 커졌다. 중국의 ‘리오프닝’ 여파로 글로벌 경기가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도 ‘바닥론’의 근거다.

하지만 경기 순환론만으로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낙관하는 것은 무모하다. 지금의 반도체 위기는 미중 패권 전쟁 심화와 공급망 재편, 반도체 수요 구조의 변화 등 복합적인 요인이 뒤얽힌 결과다. 기술 격차를 좁혀오는 중국, 부활을 노리는 일본 반도체 산업의 도전도 한국 반도체 산업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게다가 국제통화기금(IMF)이 30년 만의 세계 경제 저성장을 경고할 정도로 경기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감산에 따른 수급 개선과 경기 호전에만 기대서는 한국 반도체 산업을 덮친 한파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위기의 터널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반도체 초격차 확보다. 공격적인 연구개발(R&D)과 인재 육성으로 세상에 없는 첨단 신기술을 확보해 대외 여건에 휘둘리지 않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기업의 역량에만 맡길 일이 아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반도체 산업은 국가의 안보·생존과 직결된 국가 차원의 핵심 과제”라며 “산업의 쌀을 뛰어넘어 생명줄과 같은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기술 패권 전쟁에서 국가의 생존 여부를 결정하는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정부와 국회가 힘을 합쳐 세제·예산 지원과 규제 혁파에 속도를 내야 한다. 또 미중 패권 경쟁의 틈새에서 국내 기업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전방위 외교적 노력도 극대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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