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으로 그룹 회장이 처음 기소된 데 이어 해당 법 위반에 대한 1호 판결이 나왔다. 그룹 회장도 법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데다가 형량이 예상보다 높아 실형까지 가능하다는 법조계 해석이 나오며 재계가 술렁이고 있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4단독 김동원 판사는 7일 오전 10시 중대재해법 위반(산업재해 치사) 혐의로 기소된 온유파트너스에 벌금 3000만원을, 회사 A대표에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는 지난해 1월27일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1년 3개월 만에 나온 ‘1호 판결’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생각보다 형량이 높다는 반응이 나온다. A대표 측은 공소사실을 전부 자백했던 데다가 유가족과 합의를 했으며, 동종 전과가 없어 감경 사유가 상당했다. 법원 측에서도 “A대표 측이 안전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고 재발 방지를 굳게 다짐하고 있다”며 “피해자를 비롯한 건설근로자들 사이에 만연한 안전난간 임의 철거 등 관행도 원인이 됐기 때문에 책임을 모두 피고인에게만 돌리는 건 가혹하다”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높은 수준의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해당 기업에서 다시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한다면 A대표는 기존 선고에 더해 수 년의 실형을 살게 될 수 있다. 또 사망자가 여러 명이거나, 유족과 합의하지 못한 사건일 경우 실형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조상욱 율촌 변호사는 “중대재해법이 생긴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사고가 재발하는 사업장이 많다”며 “특히 동절기가 끝나면서 중대재해가 빈발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결코 가볍게 볼 수 만은 없는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대표이사가 아닌 그룹 회장이 처음으로 중대재해법으로 기소되며 기업들은 한층 더 긴장하고 있다. 지난달 검찰은 삼표그룹과 정 회장을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만일 그룹 회장도 실질적으로 안전관리에 개입했다면 법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해석이 분명해진 셈이다.
경영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사고 기업의 대표가 아닌 그룹 회장에게 직접 책임을 물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를 표명한다”며 “회장이 그룹사 개별 기업의 안전 보건 업무를 직접 총괄하고 관리하는 것은 아니기에 개념 정의가 모호한 중대재해법 개정을 정부가 시급히 추진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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