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생명력’이라는 표현이 요즘처럼 실감 나는 때가 없었다. 날마다 달마다 탄생하는 신조어에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다. 언어가 시대상을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성큼 내딛고 나가는 언어의 보폭이 사회 변화의 속도를 말해주는 듯해 머리가 팽팽 돈다.
한편으로는 과거에 흔하게 쓰던 단어들이 급속도로 경쟁력을 잃어가는 모습도 목격된다. ‘요즘 20대는 이런 단어도 모른다며’로 시작되는 괴담들이 이런 현상을 대변한다. ‘중식(점심) 제공’을 보고 “저는 한식으로 달라”고 했다거나 ‘연세, 존함’이라는 말을 처음 들어봤는지 ‘입꾹닫(입을 꾹 닫다)’을 하고 있더라는 식이다. 최근에는 “이 정도면 떡을 치지(충분하다)”라고 했다가 성적인 의미로 오인돼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해짐)’가 됐다는 이야기가 화제를 모았다.
후자는 요즘 1020의 문해력 문제가 심각하다는 비판의 근거가 되고 있다. 하지만 1020 입장에서 보면 조금 억울할 것도 같다. 논란이 된 단어들을 보면 ‘맏이’ ‘기적 소리’ ‘유선상’ 등인데 저출산 시대에 외동으로 태어나 KTX 고속철도와 스마트폰을 보며 자란 세대라면 당연히 낯설지 않을까. 논란에 불씨를 댕겼던 ‘심심한 사과’나 ‘금일(오늘)’ 등도 한문을 필수적으로 배운 세대에는 익숙하지만 영어가 더 쉬운 요즘 아이들에게는 ‘꼭 그렇게 어려운 말을 써야 하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법한 단어다.
조사에 따르면 20대 문해력이 실제 그리 나쁘지도 않다. 문제는 격차다. 상위권은 실력이 유지되지만 간단한 단어조차 이해 못 하는 하위권의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한다. 또 교과서에 실린 잘 짜인 글은 쉽게 이해하지만 맥락이 제거된 장문의 온라인 텍스트를 해독해 진위를 파악하는 능력, 즉 ‘디지털 리터러시’는 많이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런 분석이 맞다면 이건 결국 우리 교육의 문제다.
다만 세대 간에 주로 쓰는 언어의 차이로 인해 서로 간의 소통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건 분명한 문제다. 이래서는 ‘말을 하고 있는데 왜 말이 통하지 않는가’라는 절망이 더 자주 찾아올지도 모른다. 책의 시대를 지나 이미지와 영상의 시대에 도착한 지금 문해력 논란은 더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모두의 언어 습관을 돌아볼 때가 아닌가 싶다. ‘이런 말도 모르냐’라고 지적하기보다는, ‘그런 말은 꼰대나 쓰는 거’라고 빈정대기보다는, 서로의 이해를 돕는 언어를 쓰자. 그렇다면 온라인상의 불필요한 갈등도 한층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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