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캔자스주가 성전환 운동선수의 여성부 경기 출전을 올 여름부터 금지하기로 했다.
지난 5일(현지시간) AP통신과 UPI통신 등에 따르면 공화당이 다수인 캔자스주 의회는 이러한 내용이 담긴 이른바 ‘여성 스포츠 평등법’을 이날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다.
오는 7월부터 발효되는 이 법에는 출생 시 남성이었던 운동선수의 여성부, 소년부 경기 출전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모두 적용된다.
캔자스주 하원의 공화당 지도자들은 성명을 통해 “여성 스포츠 평등법은 여성 학생 운동팀 팀원을 생물학적으로 여성인 이들로 제한함으로써 여성 운동선수들의 권리를 보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지난 3년간 세 차례에 걸쳐 거부권을 행사해 온 민주당 소속 로라 켈리 주지사는 “너무나 실망스럽다. 의원들은 훗날 자기 행동을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캔자스 고교 운동선수 협회에 등록된 선수는 총 10만9000명으로 이중 성전환자는 11명이라고 UPI는 전했다.
앞서 캔자스 의회가 전날 승인한 법안에는 성전환자가 공중화장실, 라커룸 등 성별에 따라 구분한 시설들을 이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신분증에서 이름이나 성별을 바꾸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최근 미국 각지에서는 공화당 주도로 성소수자(LGBTQ)를 겨냥한 입법이 잇따르고 있다.
이미 앨라배마와 아칸소, 사우스캐롤라이나, 미시시피 등은 성전환 운동선수의 여성 스포츠팀 활동을 제한했으며, 최근에는 연방법원이 웨스트버지니아주의 유사한 법률에 대해 위헌이 아니라는 판결을 하기도 했다.
AP 통신은 미국의 50개 주 가운데 19개 주가 성전환 운동선수의 활동을 제한하고 있다고 집계했다.
한편 성소수자 학생들의 권리 강화를 최우선으로 여겨온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타이틀 나인(Title Ⅸ)’을 성소수자 학생들에게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1972년 제정된 성별교육평등법인 타이틀 나인은 “미 연방의 재정지원을 받는 모든 교육활동에 있어 누구도 성별을 기준으로 참여를 제한받아서는 안 된다”는 내용으로, 여성 스포츠 활성화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는 지난 6일 성전환 청소년이 현재의 성 정체성에 맞는 스포츠팀에서 뛰는 것을 원천 금지해선 안 되지만 나이와 경기력 등을 고려해 일부 제한은 둘 수 있다는 내용의 타이틀 나인 규칙 개정안을 제출했다. 이에 성소수자의 권리와 공정성 중 어느 쪽도 살리지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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