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시작된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긴축 사이클이 막바지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 달을 끝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중단하면 각국 중앙은행 중 대다수가 이를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 시그널로 받아들여 내년에는 금리 인하로 선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9일(현지 시간) 블룸버그 산하 경제연구소인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세계 경제 규모의 90%를 차지하는 23개국 중앙은행 가운데 적어도 20곳이 내년에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글로벌 금리는 올해 3분기 6%로 정점을 찍은 뒤 내년 말 4.9%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톰 올릭 블룸버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아직 금융위기가 확산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긴축 주장이 우세하다”며 “금리의 정점이 가시권에 들었으나 아직은 도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미 연준의 피벗이 1년 넘게 이어져온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 기조를 뒤집을 것으로 예상했다.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한 차례 더 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결정한 뒤 5.25% 선에서 동결한다는 얘기다. 내년부터 금리 인하를 시작해 내년 말에는 금리 전망치가 4.25%가 될 것으로 제시했다. 애나 웡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OPEC+의 원유 감산, 여전히 뜨거운 미국 노동시장 등을 고려하면 올해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4%대에 머물 것”이라며 “하반기에 완만한 경기 침체 가능성이 있지만 연준은 올 한 해 동안 정점 수준의 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미국과 더불어 유럽연합(EU)·영국·한국 등은 내년에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브라질·멕시코·인도네시아 등의 중앙은행들은 당장 올해 안에 서둘러 금리를 낮추기 시작할 것으로 봤다. 2016년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한 일본은 내년에 마이너스 금리를 벗어날 것으로 관측했다.
유로존은 금리를 0.5%포인트 더 높여 연내 3.5%까지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중앙은행(ECB) 내부에서는 최근 급격한 금리 인상이 거의 마무리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ECB 통화정책위원인 보리스 부이치치 크로아티아 중앙은행 총재는 “근원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가 추가 인상될 가능성은 남아 있으나 ECB의 금리 인상에서 가장 큰 부분은 끝났다”고 밝힌 바 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ECB가 다가오는 5월과 6월에도 베이비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2024년 말에는 2.5% 수준으로 금리를 낮출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은 임금·물가상승률 둔화로 현 기준금리인 4.25%를 올해 말까지 유지한 뒤 내년에 3.5%로 인하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은 연내 피벗이 점쳐지는 국가 중 하나다. 중국 인민은행은 정책금리인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현재 2.75%에서 올해 말 2.55%로, 내년 말 2.45%로 인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중국 경제는 코로나19 규제 철폐와 부동산 시장 안정화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아직 불안정한 상황”이라고 평했다.
한국의 경우 현재 3.5% 수준인 기준금리를 연말까지 동결한 뒤 내년 말에는 2.5%로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2월 한국은행이 연말까지 물가상승률이 3%대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한 만큼 관망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부동산 시장 침체와 가계부채 증가로 추가 금리 인상이 어렵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블룸버그는 “부동산 개발 업자들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우려가 높아지고 있으며 수출도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감소세를 이어가면서 경기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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