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신임 총재가 대규모 금융완화 기조를 당분간 유지한다. 이는 전임자인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가 10년간 이어오던 핵심 통화정책이다. 특히 최근까지도 재검토 필요성을 제기했던 수익률곡선통제(YCC) 역시 유지할 방침이다.
10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우에다 총재는 이날 취임 기자회견에서 “BOJ의 통화 완화책은 매우 강력한 정책”이라며 “전임 체제의 대규모 금융완화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물가 안정 달성이라는 오랜 과제를 마무리하기 위해 이론과 실무 양면에서 전력으로 공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에다 총재는 특히 일본 장기금리를 0.5%로 억제하는 YCC에 대해 “현재의 물가 상황과 금융 여건을 고려하면 당분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그가 2월 청문회에서 YCC의 부작용을 지적하며 재검토 필요성을 제기했던 만큼 취임 후 정책 수정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지만 일단 ‘현상 유지’를 택한 것이다. 우에다 총재는 주요 선진국 가운데 유일하게 유지 중인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 대해서도 “금융기관 수익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 등이 억제돼 있어 계속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언급했다.
시장에서는 우에다 총재가 우선 기존의 통화 완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정책 전환에 나설 적절한 타이밍을 노리는 방향을 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그는 “경제 전반과 물가, 금융 상황을 적절히 파악해 물가 상승률이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목표치인 2%를 달성할 수 있는 적절한 타이밍에 정상화를 해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 않다면 통화 완화책의 부작용을 염두에 두고 보다 지속 가능한 기틀을 마련해야 할 수 있다”며 추후 정책 수정의 여지를 남겼다.
한편 일본에서는 10년간 지속된 금융완화 정책의 부작용이 심화하고 있어 우에다 총재가 통화정책 노선을 변경할 필요성을 키우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월 실질임금은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해 11개월 연속 줄어들었다. 이 역시 금융완화 장기화의 역효과로 분석된다. 전임인 구로다 총재가 “2년 내 물가 상승률 2%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단행한 대규모 국채 매입, 마이너스 금리 도입 등이 엔화 절하와 고물가 상황을 초래했다는 평가다. 실질임금 하락세가 지속되면 가계 구매력이 떨어져 경기 하방 압력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일각에서는 우에다 총리가 4~6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융정책 수정에 본격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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