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미국 드라마)지만 한국의 정서가 진하게 느껴지는 작품이 있다. 지난 6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성난 사람들(비프)’(이하 ‘성난 사람들’)은 한국인 제작자가 집필하고 연출한 작품으로, 주인공이 한국인일 뿐만 아니라 동양인 캐릭터도 대거 등장한다. 한국 드라마라고 느껴질 만큼 한국의 정서가 잘 녹아든 ‘성난 사람들’은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끌고 있다.
‘성난 사람들’은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도급업자 대니(스티븐 연)와 성공했지만 삶이 만족스럽지 않은 사업가 에이미(앨리 웡), 두 사람 사이에 난폭운전 사건이 벌어지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 ‘미나리’로 아시안 아메리칸 최초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배우 스티븐 연과 코미디언 겸 배우인 앨리 웡이 지독한 복수극을 선보인다.
작품은 대니와 에이미의 강렬한 첫 만남으로 시작한다. 서로 이름과 얼굴도 모른 채 운전 시비로 인해 마주하게 된 두 사람은 분노의 추격전을 펼친다. 가벼운 사건으로 시작된 대니와 에이미의 지독한 악연은 마지막 화까지 이어진다. 두 사람이 끊임없이 복수를 주고받는 이야기가 핵심 플롯이 되고 이는 나비효과처럼 작용해 더 큰 사건을 불러일으킨다. 매회 복수가 거듭될 수록 대니와 에이미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다.
‘성난 사람들’의 영어 제목은 ‘비프(Beef)’다. 이는 ‘불평’ 혹은 ‘불평을 해대다’라는 뜻을 가진다. 제목은 대니와 에이미의 관계를 직관적으로 표현한다. 두 사람은 왜 그렇게 분노에 찬 상태로 서로를 증오하는 걸까.
대니와 에이미는 각자의 이유로 인해 불행한 인생을 살고 있으며 종종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 자신보다는 남들을 먼저 챙겨야 하는 상황에 놓인 두 사람은 내면의 분노를 다스릴 방법도 모르고 여유조차 없다. 매번 희생하느라 이런 삶을 살고 있건만 주변 사람들은 아무도 그들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다. 분노에 가득 찬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할 뿐이다. 이는 자기혐오로 이어진다.
대니와 에이미는 동족이다. 두 사람은 비슷하기 때문에 서로 증오하고 혐오하지만 서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것도 둘뿐이다. 스스로를 이상한 사람으로 여겼지만 자신과 비슷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된다. 비슷하기 때문에 서로의 민낯을 과감하게 보여줘도 두려울 게 없다. 죽일 듯이 복수를 주고받아도 왠지 모르게 통쾌하고 해방된 것만 같다. 지독한 복수가 반복되고 비로소 두 사람은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이는 대니와 에이미가 자신의 내면을 직면하고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작품의 제작진과 배우들이 대부분 동양인으로 구성되어 동양인 캐릭터에 대한 묘사와 연기가 자연스러운 것은 큰 장점이다. 두 인물 간의 치고받는 복수 극이 중심이 되는 만큼 스티븐 연과 앨리 웡의 연기 대결을 보는 재미도 있다. 특히 스티븐 연은 여태 자주 보여주지 않았던 팍팍한 삶에 지친 연기를 탁월하게 소화해 색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영화 ‘미나리’,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등 매번 웰메이드 작품을 선보이는 A24가 제작한 드라마답게 신선한 소재와 예측할 수 없는 스토리 역시 돋보인다.
■시식평: 자신의 내면을 직면하기까지의 여정을 독창적으로 그려낸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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